문학자유게시판
오월에 쓰는 편지(5.18를 기리며)-낭송시
페이지 정보

본문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가신 모든 영혼들께 바칩니다

오월에 쓰는 편지
시-김경윤/낭송-전향미
오월에 쓴 편지는 수취인 불명의 붉은 딱지를 달고
몇 방울의 피 냄새를 풍기며 반송되어 왔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아카시아 향기 그윽하던 그 밤
어두운 골목길 가로등 불빛 아래서 나눈
마지막 키스를, 그 오월의 밤을 잊지 못한다
나 먼저 돌아서 가라고 골목길 어귀에 서서
까치발로 손사래를 치며 목련꽃처럼 환하게 웃던
그날 밤 , 너는 갓 스무 살 꽃 같은 처녀였지
그런데, 그 밤이 마지막 밤일 줄이야
아, 얼마나 치떨리고 무서운 밤이었던가
너는 끝내 돌아오지 않고
누구도 너의 안부를 묻지 못했다
아무도 더는 너의 소식을 전해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는 보았다, 희미한 흑백 사진 속에서
너의 짓이겨진 얼굴
난도질당한 너의 젖가슴을,
오, 무정한 세월이여
슬픔도 분노도 없이 꽃은 피고 지고
내 머리에 흰 머리칼은 한올 두올 늘어만 가는데
또 오월은 이렇게 왔구나
누군가는 이제 잊어버리자 하고
누군가는 한 번 떠난 세월 돌이킬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썩지 않는 슬픔도 있다는 것을
너 없는 오월은 눈부신 나리꽃도 차라리 눈물인 것을
그대는 알리라
이렇게나 살아있는 내 가슴에
썩지 않는 죄가 되어
시퍼런 청동못으로 박힌 내 사랑이여!
다시 오월이 오고
아카시아 향기 그윽한 밤이 되면
나는 그 마지막 밤의 너의 입술
너의 눈동자를 잊지 못하고 이렇게 편지를 쓴다
눈물자국이 얼룩져 누렇게 바랜 편지지 위에
읽고 또 읽어서 이제는 낡아버린 옛 이야기를
쓰고 또 쓴다, 수취인 없는 길고 긴 사랑의 편지를.

오월에 쓰는 편지
시-김경윤/낭송-전향미
오월에 쓴 편지는 수취인 불명의 붉은 딱지를 달고
몇 방울의 피 냄새를 풍기며 반송되어 왔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아카시아 향기 그윽하던 그 밤
어두운 골목길 가로등 불빛 아래서 나눈
마지막 키스를, 그 오월의 밤을 잊지 못한다
나 먼저 돌아서 가라고 골목길 어귀에 서서
까치발로 손사래를 치며 목련꽃처럼 환하게 웃던
그날 밤 , 너는 갓 스무 살 꽃 같은 처녀였지
그런데, 그 밤이 마지막 밤일 줄이야
아, 얼마나 치떨리고 무서운 밤이었던가
너는 끝내 돌아오지 않고
누구도 너의 안부를 묻지 못했다
아무도 더는 너의 소식을 전해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는 보았다, 희미한 흑백 사진 속에서
너의 짓이겨진 얼굴
난도질당한 너의 젖가슴을,
오, 무정한 세월이여
슬픔도 분노도 없이 꽃은 피고 지고
내 머리에 흰 머리칼은 한올 두올 늘어만 가는데
또 오월은 이렇게 왔구나
누군가는 이제 잊어버리자 하고
누군가는 한 번 떠난 세월 돌이킬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썩지 않는 슬픔도 있다는 것을
너 없는 오월은 눈부신 나리꽃도 차라리 눈물인 것을
그대는 알리라
이렇게나 살아있는 내 가슴에
썩지 않는 죄가 되어
시퍼런 청동못으로 박힌 내 사랑이여!
다시 오월이 오고
아카시아 향기 그윽한 밤이 되면
나는 그 마지막 밤의 너의 입술
너의 눈동자를 잊지 못하고 이렇게 편지를 쓴다
눈물자국이 얼룩져 누렇게 바랜 편지지 위에
읽고 또 읽어서 이제는 낡아버린 옛 이야기를
쓰고 또 쓴다, 수취인 없는 길고 긴 사랑의 편지를.
추천130
- 이전글필자들과의 간담회 04.06.04
- 다음글'윤극영전집' 1,2권 출간 04.05.1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