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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시인 첫 시집에 관한 세계일보 기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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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시인 '슬픔도 진화한다' 펴내
김왕노(45) 시인의 새 시집 '슬픔도 진화한다'(천년의 시작)는 보기 드물게 남성성이 돋보이는 시편들로 채워져 있다. 섬세함 및 관념과 서정이 요즘 시의 본류를 차지하다시피 하는 현실에서 김씨의 시편들은 호방하면서도 일견 낭만적인 정조를 띠고 있다. 특히 남성의 강고한 외피 뒤안에 숨겨진 외로움을 발설하는 시편들은 강한 울림을 준다.
"남자의 등은 사막이다/ 참을 수 없는 구름이 흘러와 비를 내리면/ 수천 수만 마리 폐어가 깨어나 미친 듯 산란한다/ 그러다 잠들면 꿈의 와디가 흐르다 사라지고/ 사라진 별과 바람과 꽃이 사랑이 다시 부활을 기다린다/ 암각화된 기린과 사자 온갖 야생동물이 어둠에 젖어 우는/ 남자의 등은 사막이다"('남자의 등'에서)
그래서 남자들은 자꾸만 등이 가렵다 하고, 여자는 끝없는 목마름으로 그 먼 사막을 외롭게 낙타로 건너간다. 남자는 또한 별똥별이다. 시인에게 남자란 "캄캄한 날을 태우다 사라지는" 외로운 운석의 운명이다. 심지어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지도 화성에서 홀로 살아가는 존재다. "화성엔 아버지가 홀아비로 사신다 혼자 밥 끓여 드시고 문틈으로 끼어 드는 모래보다 더 버석거리는 그리움을 쓸고 닦으며 아버지 화성에 사신다"('화성의 아버지'에서). 화성에서 홀아비로 살아가는 그 외로운 아버지는 창문을 열어 지구를 굽어보며 꿈의 기지를 하나 세워놓고 시인을 기다린다.
무엇이 남자의 한없는 외로움을 만들어내는가. 진정한 남성성은 거세당한 채 암벽화로나 새겨진 현실 때문인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양성의 조화야말로 인간성의 충일한 발현을 전제하는 조건이다. 그래서 남자의 등이 사막이라면, 여자의 등은 그 사막을 적시는 물이 되는가.
"그 여자의 등에는 바다가 있다 그 여자의 눈물과 아픔과 상처로 조금씩 넓혀놓은 바다 그 여자의 불면으로 한없이 깊어진 바다 이 거리를 무단횡단하여 항해해 가고 싶은 바다 자꾸 잔물결쳐 가고 싶은 바다 그 여자의 등에는 바다가 있다 투망질 할 때마다 그물 가득 푸른 저녁이 걸려 퍼덕이기도 하는 그 여자의 등에는 바다가 있다"('그 여자의 등'에서) /조용호기자
김왕노(45) 시인의 새 시집 '슬픔도 진화한다'(천년의 시작)는 보기 드물게 남성성이 돋보이는 시편들로 채워져 있다. 섬세함 및 관념과 서정이 요즘 시의 본류를 차지하다시피 하는 현실에서 김씨의 시편들은 호방하면서도 일견 낭만적인 정조를 띠고 있다. 특히 남성의 강고한 외피 뒤안에 숨겨진 외로움을 발설하는 시편들은 강한 울림을 준다.
"남자의 등은 사막이다/ 참을 수 없는 구름이 흘러와 비를 내리면/ 수천 수만 마리 폐어가 깨어나 미친 듯 산란한다/ 그러다 잠들면 꿈의 와디가 흐르다 사라지고/ 사라진 별과 바람과 꽃이 사랑이 다시 부활을 기다린다/ 암각화된 기린과 사자 온갖 야생동물이 어둠에 젖어 우는/ 남자의 등은 사막이다"('남자의 등'에서)
그래서 남자들은 자꾸만 등이 가렵다 하고, 여자는 끝없는 목마름으로 그 먼 사막을 외롭게 낙타로 건너간다. 남자는 또한 별똥별이다. 시인에게 남자란 "캄캄한 날을 태우다 사라지는" 외로운 운석의 운명이다. 심지어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지도 화성에서 홀로 살아가는 존재다. "화성엔 아버지가 홀아비로 사신다 혼자 밥 끓여 드시고 문틈으로 끼어 드는 모래보다 더 버석거리는 그리움을 쓸고 닦으며 아버지 화성에 사신다"('화성의 아버지'에서). 화성에서 홀아비로 살아가는 그 외로운 아버지는 창문을 열어 지구를 굽어보며 꿈의 기지를 하나 세워놓고 시인을 기다린다.
무엇이 남자의 한없는 외로움을 만들어내는가. 진정한 남성성은 거세당한 채 암벽화로나 새겨진 현실 때문인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양성의 조화야말로 인간성의 충일한 발현을 전제하는 조건이다. 그래서 남자의 등이 사막이라면, 여자의 등은 그 사막을 적시는 물이 되는가.
"그 여자의 등에는 바다가 있다 그 여자의 눈물과 아픔과 상처로 조금씩 넓혀놓은 바다 그 여자의 불면으로 한없이 깊어진 바다 이 거리를 무단횡단하여 항해해 가고 싶은 바다 자꾸 잔물결쳐 가고 싶은 바다 그 여자의 등에는 바다가 있다 투망질 할 때마다 그물 가득 푸른 저녁이 걸려 퍼덕이기도 하는 그 여자의 등에는 바다가 있다"('그 여자의 등'에서) /조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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