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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그리고 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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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인상
댓글 0건 조회 3,480회 작성일 02-07-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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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세수를 하다 멍한 얼굴을 하고 거울을 들여다본다. 생이
라는 것, 인내라는 것,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 소음, 그리고 피
곤.

비가 내리는 골목에서 우산을 쓴 아이들이 장화를 신은 발로
웅덩이에 고인 물을 튀기고 있다. 재미라는 것의 배후에 어떤 동
기가 숨겨져 있는지 아직 탐구해보지 않았다. 이 거대한 지표 아
래 대지를 떠받치고 있는 액체 상태의 뜨거운 마그마는 어쩌면
재미 때문에 여러 대륙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거나 부딪혀 지각
변동을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지적
설계(intelligent design)는 재미 삼아 여러 조각의 뉴클레오티드
(nucleotide) 소형 분자를 연결하거나 조합하여 정교한 시스트론
(cistron :유전자의 개시와 종결을 지시하는 암호화된 지령)을 만
들어내고 창안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비속하고 차가운 의미들이 창을 타고 흘러
내린다. 때로 우리가 그렇게 희생되어야 했던 노련한 기억의 뒤
편에 그렇게 되어야만 했던 불분명한 의미들이 숨어 있었던 것
은 아닌가 하는 내성(內省 : introspection)을 혈관에 주사한다.
진리.. 진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인 aletheia는 사물과 현상 앞에
가려졌던 장막이나 베일이 벗겨진 뚜렷하고 명민한 실상(實像)을
의미하는 시각적 용어였었다. 침대에 누워 옷이 벗겨진 상태로
눈을 감고 있는 여인의 피부와 내장을 절개하고 해부하여 각각
의 기능과 연관과 의미를 규명하는 일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차
원의 진리로 이끌어간다. 성적(性的) 충동은 아무 때나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추악하고 더러운 껍질을 벗어버리려는 의식
에 버둥거려왔으며, 죄의식의 깊은 억압(repression)으로부터 격
리되어 있지 않았다. 삶에의 집착은 단순히, 그리고 다만 성적
행위를 통해 구현되는 것은 아니며, 더러 필요 이상의 관심과 흥
미를 끄는 그것에 실망하여 서러워하는 일종의 혐오일 수도 있
는 것이다.

비가 내리는 동안 TV를 켜놓은 채 삶의 일부분을 벗겨내어 그
껍질에 내가 기억해야 할 몇몇의 감정과 심리적 배경을 써놓고
다시 덮는다.

* 장종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07-3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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