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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의 시간 스케치...
어제는
몸이 좀 불편한 친구들과 막내 동생 같은 인석이 그림 보러 안양 문예회관에 갔었습니다.
일어서는 '사람들의 기록전' 이라고 벌써 올해 7회째를 맞는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그룹전이었지요.
지난 번 서울 경인화랑에서 1차 전시가 있었고 그 연장으로 어제 안양 문예회관에서 전시회를 갖게 되었는데 어제가 오픈날이었습니다.
어쩌다가 시간을 낼 수 없어 지난 번 서울 전시회 때 가보지 못한 미안함도 있었고 한 동안 보고 싶었던 그리운 얼굴들 보고 싶은 맘에 모든 계획을 접어두고 안양엘 갔었습니다.
언제나 바른 소리 잘 하는(악역에 능한) 나를 반갑게 손잡아주는 친구들과 두서없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그림들은 나를 아주 잠시 부자가 되는 듯한 기분을 안겨주곤 했지만 한참 돌아보니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완성도 미완성도 아닌 그렇다고 가능성도 그 무엇도 아닌 듯한 그림들,
예술이라는 게 완성이나 미완성의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란 걸 모르진 않지만 늘 그들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아쉬움과 미진함이 남는 건 왜 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를 일이지요. 그렇지요.
누구도 모를 일이겠지요.
-never don't no-
아쉬움을 뒤로한 채 행사장을 빠져 나와 안양문예회관 주차장에서 아주 오랜만에 어떤 분을 만났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짧은 악수만을 나눈 채 시간에 떠밀려 돌아설 수밖에 없어서 그랬는지 그 친구 눈빛 한 참 동안 내 마음을 따라왔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인석이가 김인상 선생님이야기를 불쑥 꺼냈습니다.
보고 싶다구요.
우리는 곧 바로 차를 돌렸고 청계산 밑 그분의 분재원으로 갔었습니다.
고개를 넘을 무렵 해 저무는 백운호수에 그림자가 들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인석이가 오랜 동안 보지못했던 얼굴이라 어제처럼 전시 행사가 있을 때면 늘 생각나는 분이시기도 했으니까요.
뜻밖에 불쑥 찾아가는 일이 좀 부담스러운 건 아닐까 걱정하며 분재원 문을 들어서는데
인석이가 왔다는 걸 안 그분은 할말을 잊은 채 인석이를 끌어안고선 하염없이 너무도 절절하게 우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뜻밖의 상황에 나도 몹시 당황했고 나는 잠시 그 자리를 피해 들꽃 가득한 분재원을 돌아보는 것으로 가슴에 젖어 흐르는 연민을 잠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분! 왜 그랬을까요?
그렇게 인석이를 아끼고 보살펴주셨는데 누구에게도 말하기 곤란한 일이 있으셨던지 한동안 연락을 끊고 계시더니 아주 힘든 터널을 어렵게 건너고 계셨나 봅니다.
그분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고 그를 지켜보고 있던 일행들 모두 가슴에 작은 시냇물 하나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쉬운 시간을 접고 일어서려는데 손에 뭔가를 굳이 지어주시는 게 있었습니다. 비타민,
인석이 잘 먹고 건강해야 한다고 주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분의 마음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우리 일행은 할말을 잊고 모두가 따뜻해지는 따뜻해지고 있었습니다.
가끔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씩 나누어주고 싶은 시간이나 마음이 있어 나름대로 건네주고 돌아서면 언제나 그랬습니다. 내 안에 아주 새로운 내가 풍성해져있었습니다.
분명히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더 많이 돌아와 있는 건 매번 참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분께서 내게 가르쳐 주신 계산법은 아닐는지요.
어제 하루는 몹시 분주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그림 속에서 내 맘을 순수의 맑은 세계로 이끌어준 그림이 한 점 있었는데
봉지선이 그린 인물화였습니다.
가능성으로 열린 그림 같다는 생각 이번에만 느낀 건 아니었지만......
집으로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고 이메일 함을 열어보니
물안개 피어오르는 강가에서 하염없이 긴 이야기하고 싶다는 소녀 같은 친구의
긴 편지가 와 있었습니다.
분주하고 피곤했던 일상이 친구의 편지 한 통으로 위로가 되는 밤이었습니다.
김인자.
* 장종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07-31 21:21)
어제는
몸이 좀 불편한 친구들과 막내 동생 같은 인석이 그림 보러 안양 문예회관에 갔었습니다.
일어서는 '사람들의 기록전' 이라고 벌써 올해 7회째를 맞는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그룹전이었지요.
지난 번 서울 경인화랑에서 1차 전시가 있었고 그 연장으로 어제 안양 문예회관에서 전시회를 갖게 되었는데 어제가 오픈날이었습니다.
어쩌다가 시간을 낼 수 없어 지난 번 서울 전시회 때 가보지 못한 미안함도 있었고 한 동안 보고 싶었던 그리운 얼굴들 보고 싶은 맘에 모든 계획을 접어두고 안양엘 갔었습니다.
언제나 바른 소리 잘 하는(악역에 능한) 나를 반갑게 손잡아주는 친구들과 두서없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그림들은 나를 아주 잠시 부자가 되는 듯한 기분을 안겨주곤 했지만 한참 돌아보니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완성도 미완성도 아닌 그렇다고 가능성도 그 무엇도 아닌 듯한 그림들,
예술이라는 게 완성이나 미완성의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란 걸 모르진 않지만 늘 그들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아쉬움과 미진함이 남는 건 왜 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를 일이지요. 그렇지요.
누구도 모를 일이겠지요.
-never don't no-
아쉬움을 뒤로한 채 행사장을 빠져 나와 안양문예회관 주차장에서 아주 오랜만에 어떤 분을 만났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짧은 악수만을 나눈 채 시간에 떠밀려 돌아설 수밖에 없어서 그랬는지 그 친구 눈빛 한 참 동안 내 마음을 따라왔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인석이가 김인상 선생님이야기를 불쑥 꺼냈습니다.
보고 싶다구요.
우리는 곧 바로 차를 돌렸고 청계산 밑 그분의 분재원으로 갔었습니다.
고개를 넘을 무렵 해 저무는 백운호수에 그림자가 들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인석이가 오랜 동안 보지못했던 얼굴이라 어제처럼 전시 행사가 있을 때면 늘 생각나는 분이시기도 했으니까요.
뜻밖에 불쑥 찾아가는 일이 좀 부담스러운 건 아닐까 걱정하며 분재원 문을 들어서는데
인석이가 왔다는 걸 안 그분은 할말을 잊은 채 인석이를 끌어안고선 하염없이 너무도 절절하게 우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뜻밖의 상황에 나도 몹시 당황했고 나는 잠시 그 자리를 피해 들꽃 가득한 분재원을 돌아보는 것으로 가슴에 젖어 흐르는 연민을 잠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분! 왜 그랬을까요?
그렇게 인석이를 아끼고 보살펴주셨는데 누구에게도 말하기 곤란한 일이 있으셨던지 한동안 연락을 끊고 계시더니 아주 힘든 터널을 어렵게 건너고 계셨나 봅니다.
그분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고 그를 지켜보고 있던 일행들 모두 가슴에 작은 시냇물 하나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쉬운 시간을 접고 일어서려는데 손에 뭔가를 굳이 지어주시는 게 있었습니다. 비타민,
인석이 잘 먹고 건강해야 한다고 주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분의 마음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우리 일행은 할말을 잊고 모두가 따뜻해지는 따뜻해지고 있었습니다.
가끔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씩 나누어주고 싶은 시간이나 마음이 있어 나름대로 건네주고 돌아서면 언제나 그랬습니다. 내 안에 아주 새로운 내가 풍성해져있었습니다.
분명히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더 많이 돌아와 있는 건 매번 참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분께서 내게 가르쳐 주신 계산법은 아닐는지요.
어제 하루는 몹시 분주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그림 속에서 내 맘을 순수의 맑은 세계로 이끌어준 그림이 한 점 있었는데
봉지선이 그린 인물화였습니다.
가능성으로 열린 그림 같다는 생각 이번에만 느낀 건 아니었지만......
집으로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고 이메일 함을 열어보니
물안개 피어오르는 강가에서 하염없이 긴 이야기하고 싶다는 소녀 같은 친구의
긴 편지가 와 있었습니다.
분주하고 피곤했던 일상이 친구의 편지 한 통으로 위로가 되는 밤이었습니다.
김인자.
* 장종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07-3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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