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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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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376회 작성일 08-02-16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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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


민달            



1.
궁핍한 땅 말뚝 박아
지열(地熱)에 앓고 나니

계절을 뒤로하는
소소리 바람 산득하고

시나위
질펀한 곡조로
밑불을 토해 낸다

2.
회붉은 목질부(木質部)
너울진 꿈이 있어

겯고 트는 젖줄 위로
끔틀대는 봄배냇짓

한밤내
섣부른 불길
북천(北天)을 찾아 간다

3.
줄지은 산맥들
부푼 구름 보듬고

동강난 불기둥
아직은 뭉근해도

옹골질
맥박 이으며 우 적 우 적 타구나


[심사평] 묘사보다 더한 것
임종찬 /시조시인

초심을 통과한 작품은 16편이었다. 다시 재심 끝에 '섬'(이광수),'차를 마시며'(박문숙),'홍옥'(한마루),'장작불'(민달),'담쟁이'(윤평수),'어떤 동행'(조춘희),'인생'(이상윤),'사북역에서'(정영화),'달팽이'(문경희),'해일'(배은상),이렇게 10편으로 줄어들었다. 줄인 근거는 인생의 골똘한 의미를 담았느냐 아니면 사물의 묘사에 그쳤느냐,였다. 삼심은 무척 힘들었다. 그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종심에 잡힌 작품은 4편이었다.

'달팽이'는 살아 있는 언어가 마음에 들었으나 시조로서의 단련된 언어라는 점에서는 모자랐고,'장작불'은 민족의 아픔과 열망을 장작불을 통해 바라본 시점이 훌륭했으나 상징이 추상화된 흠이 있었다. '담쟁이'는 시심을 길게 이어가는 수법이 보통이 아니었지만 반대로 압축미가 모자랐다. '섬'은 딱히 흠을 잡기 어려웠으나 신인다운 티가 좀 모자랐다.

끝까지 선자를 괴롭힌 작품은 '장작불'과 '섬'이었다. 다 훌륭한 작품이지만 묘사보다는 시상(詩想),시상 그 너머 역사성에 가점을 주다 보니 '장작불'을 당선작으로 밀 수밖에 없었다. /임종찬 시조시인


[당선소감]
민달
"겨레시 생명줄 잇기 온 힘"

◇1967년 경남 산청 출생.
▶부산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2년 '전망'시 부문 등단.
▶2004년 3인 시집 '낙하산을 펴다' 출간. 현 금성고등학교 교사.

늘 세상의 변혁을 꿈꾸어 왔다. 세상은 꿈쩍도 않고 내겐 절망이라는 흉터가 생겼다. 나는 결국 해체시의 인질이 되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해체시의 끝을 향해 추락하던 몸뚱어리가,더 이상 해체할 수 없는 시조로 귀착했으니.

나를 키운 8할인 은사님들이 먼저 떠오른다. 해운대중학교 때 최낙복 선생님,금성고등학교 때 故 정관영 선생님,부산대학교의 이영일 선생님. 세 분의 격려 말씀 덕분으로 이제껏 포기 않고 문학에 영혼을 저당 잡힌 셈이다. 모교 국어국문학과와 국어교육학과 은사님들의 가르침에도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예순이 넘도록 일기를 쓰고 계시는 아버지,가족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시는 어머니,핏줄 당기는 글친구 종석,해환,형오,효제,얼굴 모르는 펜벗이었던 혜수 형,한 번씩 먼지를 털며 꺼내보는 삼중당문고 시집들,성지순례하듯 찾아갔던 술집들,옥죄는 현실 앞에 비상구로 다가선 추상(追想)명사 선(?). 모두가 내 시의 탯줄이다.

하나님은 분명코 살아 계신다. 내게 과분한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기적같은-당선소감을 쓰면서도 내가 나비인지 인간인지 믿기지가 않는-일이 일어났고,난해하고 술빛 가득한 자유시보다는 반듯하고 솔향 나는 정형시 같은 남편이길 바랐던 아내의 기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어린 예슬이와 예리도 기도했으리.

아직은 갈 길이 멀고 부끄러운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우리 겨레시의 생명줄 잇기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린다. 그리고 시조라는 아뜩한 고지로 오르는 초입을 마련해 주신 부산일보사에도 고마움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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