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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시조/노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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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094회 작성일 08-02-16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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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 물리는 여자
노영임  


뜨건 국밥 후후 불며 젖 물리고 앉은 여자
어린 건 한껏 배불러 빨다가 조몰락대다
꽉 쥐고 해살거리며 또글또글 웃는다

한길에는 늦게 깨어난 게으른 햇살들이
엉덩이를 흔들며 사뿐사뿐 걸어가는
살짝 휜 S라인 여자들 발꿈치를 좇고 있다.

공갈빵처럼 부푼 가슴 아슬아슬한 실루엣
필라멘트 깜빡깜빡 전류를 방출하는
뾰족한 고욤 두 개가 손끝만 대도 터질듯

휘청, 가는 허리 애기집 하나 못 얹어도
둥지 속 알 넘보듯 집요한 사내들의 눈 왜일까,
늪에 빠지듯 지독한 허기 몰린다

순환소수처럼 잇고 이어 사람에 사람을 낳은
빌렌도르프 비너스 따뜻한 양수의 기억
넉넉히 젖 물려주는 그런 여자가 그립다.

[심사평]
현대의 잘못된 여성상3 묘사 빼어나
이지엽시인

응모된 작품을 정독하면서 금년 들어 새롭게 일어난 변화가 주목되었다. 새로운 시어를 찾아 쓰려는 노력, 시조의 장 구분 등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 적지 않은 사설시조 작품들이 창작되고 있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마지막까지 선자의 손을 떠나지 않았던 작품들은 ‘둥지 잃은 새’ ‘자전거의 독백’ ‘냉이꽃’ ‘밤낚시’ ‘이상한 나무’ ‘빛깔’ 등이었다. 이 작품들은 모두가 상당한 수련을 거친 솜씨여서 옥석을 가린다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작품들은 관념이 잘 육화(肉化)되지 못하거나, 종장에서 시적 긴장감을 풀어버리거나, 작품이 갖는 의미가 미약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당선작으로 택한 노영임의 ‘젖 물리는 여자’는 외모 중시의 덫에 치여 점점 나약해져가고 있는 현대의 잘못된 여성상에 일침을 가하고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동시에 시상을 잡아나가는 구성과 묘사가 빼어나다. 같이 응모한 작품들도 모두 정제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신뢰를 얹을 만하였다. 특히 전통을 재해석한 ‘쌍화점’과 생태 사설시조라 할 만한 ‘북새통 났네’는 소재의 다양한 운용과 단단한 기량을 짐작케 한다. 늘 문제의식을 가지고 정진해 좋은 시인이 되길 바란다.

[당선소감]
꿈 영그는 고향집 같은 시 쓰고파

노영임 두둥실 꿈이 영그는 집 한 채 짓고 싶었다. 뚝딱뚝딱 속살 다듬어 덩그런 대들보 올리고 지붕엔 용마루 얹어 해와 달도 띄워놓고 자르르 쏟아진 빛살 찰랑찰랑 조리질 하는, 꼭 이만한 품으로 드리워진 처마 밑에 후, 후 바람결에 홀씨까지 다 불러들여 넉넉히 깃들 수 있는 그런 집이면 어떨까, 그런 시를 쓰는 것이 꿈이었다. 갈무리해둔 씨오쟁이까지도 죄다 풀어주신 나순옥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려 큰 절 올린다. 내가 다 자라도록 젖 물려준 내 고향 진천 땅, 비싼 일수(日收) 찍듯이 하루 벌어 하루 에우듯 키워 오신 내 어머니 임정숙님께, 긴 시간 함께 손잡고 걸어와 준 남편과 가족 그리고 이웃들, 이젠 애엄마가 되었을 테고 군인아저씨가 된 제자 녀석들과 마냥 신나하는 학교 아이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약력>
▲1963년 충북 진천 출생
▲충북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현재 서경중학교 교사  

추천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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