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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구매일 신춘문예 당선작/시조/이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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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359회 작성일 08-02-16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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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놀이
이민아


1
이삿짐 꾸리다가 담지 못한 소품 하나
각시탈 연지곤지 낯붉히던 어린 시절은
내 생애 최초의 극장 눈물어린 퍼소나다.
2
미간도 맞지 않은 가면 뒤에서 숨을 쉬면
얼굴과 얼굴 사이 맺히는 눈물방울들,
웃자란 새 각시 되어 붉은 입술 부딪히던

두 눈도 입도 코도 내 것이 아닌 듯 해
마당에 널브러지고 허방도 짚었던가
손쉬운 방백조차도 난청 속에 헤아렸었다.

3
걸립에 열뜬 이마 푸르게 서는 핏발
혼미한 정신의 틈 한바탕 뒤흔들며
바람의 유장한 지문 가만 엿듣고 있다.

[심사평]
신인에게 요구되는 덕목 중에 참신성과 패기를 들 수 있다. 삶의 의미를 확장·심화시키는 당찬 시선과 기량을 보이지 않는다면 눈길을 끌기가 힘들기 때문이다.3장 6구 12음보의 시조는 정형의 율격에 시상을 잘 녹여 담아야 하는 겹의 창작 과정을 거쳐야 하며, 형식에 충실하되 거기에 얽매이지 않는 활달한 언어 운용의 묘미를 체득해야 한다. 그러므로 한 편의 시조 속에 자연스러움이라는 요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공정과 천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선작인 이민아의 '가면놀이'는 가면놀이라는 비근한 소재를 원용하여 실감실정을 살려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어떤 측면에서 볼 때는 보이지 않는 탈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람살이다. 자아의 진면목을 깊숙이 숨기고, 또 다른 나를 전면에 내세워 세상과 부딪칠 때가 적지 않은 것이다.이 시는 시종 잔잔한 어조로 그런 이면의 세계를 육화하여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이채롭다. 다소 난해한 마무리 부분도 깊은 울림과 시적 묘미를 내장하고 있어 그 의미를 여러 번 곱씹어 되뇌게 한다.
최종심에서 김종학, 이효정, 장중식, 김지송 등의 작품이 눈에 띄었으나, 몇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여 당선권에서 밀려났다. 즉 편편이 완성도를 보인 반면에 소재가 회고적인 자연 경물 묘사에 머물거나, 신인으로서 패기와 기량의 부족하거나, 형상능력은 엿보이나 지나친 실험성과 파격으로 신뢰가 가지 않는 점 등이었다. 새 물꼬를 트는 각고의 노력이 가일층 뒤따라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신인의 등장을 축하하며, 오늘의 영광에 값하는 꾸준한 정진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정환(시조시인)

[당선소감]
“전화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작품 보내주셔서 저희도 감사합니다.”
문화부장님의 매력적인 목소리에 실려 전해져 온 당선 소식은 대구 매일신문에서 받은 올해 성탄 선물이었다. 뜻밖의 선물을 받고, 그 순간 격정적으로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고속도로 추돌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몹시 앓았다. 한동안 책을 읽지도, 시를 쓰지도 못하고 물 위에 뜬 수련처럼 스스로 내 주변을 맴돌기만 했다. 이명과 흉통을 안고 지내온 날들, 가슴으로 털어 넣던 알약들. 무시로 찾아와 말을 걸던 통증은 몸이 감추고 있던 말들을 하나씩 길어 올리게 했다. 뭔가 달라져야 했다. 나를 추스르고 더 나아진 나를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 때, 오랫동안 습작을 하던 시조를 떠올렸다. 여고시절 시조백일장에 마실갔던 인연으로 시조를 쓰기 시작했던 내 습작기의 처음,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시조를 오늘에 다시 살려 쓰는 시조시인의 얼굴을 직접 보며 시조의 맥박을 느꼈다. 대학시절 고전시가 강의를 들으며 몸이 걸어가는 호흡으로 한 글자씩 시조를 새기던 가인(歌人)들의 정신을 탐하리라 다짐했다. 시조와의 언약을 이어갈 수 있도록 베풀어주신 매일신문사와 심사위원님의 호명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정제된 말의 우주와 같은 시조의 마당에서 한 판 다채로운 탈놀음을 벌여 볼 것을 감히 약속드린다. 찬연한 슬픔을 머금은 각시탈의 미소를 선물해주셨던 어머니와, 사랑하는 가족들. 고난의 고비마다 나를 지켜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인연의 깊은 눈들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먼 하늘나라에서 가슴으로 기뻐하고 있을 오랜 벗 현희에게 새해 첫날 신문을 선물하러 감포바다로 가야겠다.

약력
△1979년 서울 출생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졸
△200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추천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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