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추천작품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223회 작성일 08-02-16 00:54

본문

  

타임캡슐에 저장한 나쁜 이야기 하나



정태화



놋쇠숟가락 하나가 여닫이문 깊숙이 빠져 있었어 문고리 구멍에 꽂혀 타다닥 불

꽃 튀어 오르는 길 척추脊椎를 느끼는 그림자가 일렁이는 달빛 파도에 쓸리며 흐느

적거리고 있었어


사내들 깊은 밤 주막거리 화투짝 속살에 파묻혀 놀고 있는 동안 공산명월空山明月

밝은 달이 만삭滿朔의 몸 쏟아져 내리고 때때로 주인 버리고 오는 신발들이 보이는

시간

그 신발 뒷굽을 척척 빠져나온 발자국들

저희들끼리 우루루 나뭇잎 따라 구르다가

돌담장 호박넝쿨 아래로 숨어들어가 잠잠했어


이른 아침 백주에 궁둥이 까고 있는 호박덩이 몇몇에

어머니가 짚으로 엮은 똬리를 받쳐주다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오줌을 누셨어

그곳에 둥글고 하얀 어머니 궁둥이가 오래도록

내려앉아 있었어


밭두렁 무성한 잎새 바지 안에 잘 익은 오이들 매달려 있었지 이웃집 밭이랑에서

물오른 가지들이 불쑥불쑥 일어섰어 마음껏 부풀어 팽팽한 그것들과 함께 고추밭에

태양초 고추가 어찌 그리 뜨겁던지 퍼질러 앉은 밭고랑에

매끈매끈 고구마들이 얼굴 내밀고 있었어

저녁놀이 아궁이에서 왈칵 숯불을 뒤집어 놓을 때

어머니 볼 발그레 익어서 돌아오셨지


참 이쁘다 우리 어머니 태양초 고추 하나 머금은 듯 입술 붉은 어머니 고무신 탈

탈 털어낼 때쯤이면 명命 짧은 어머니의 사내가 내려놓은 울음들이 달려 나왔지

왈칵 기다림이 반가운 아이들

앞장세운 변성기의 아이 하나가

감나무 키 큰 그림자

사립문 밖 보내놓고 있었지



호롱불 밝혀야 어른어른 떠오르는 밥상

주춤주춤 아랫목이 내어놓은 보리밥 속에

언제 숨어들었나 고구마들 숨죽이고 있었지

등뼈를 쓰다듬는 어머니 능숙한 손길에

씨앗들 모두 빼앗기고 얌전해진

가지나물 오이냉채가 입맛을 당겼지


놋쇠숟가락으로 식구食口들이 밥을 먹고 있었어

추천10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