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추천작품

200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742회 작성일 08-02-16 01:42

본문

골목길


최재영  



연두빛 내력들이 제 몫의 봄을 키우느라
햇살을 끌어 모으는 중이다
허공 한구석 팽팽해지고
골목에 나앉은 늙은 여자들
볼우물 가득 생의 이력을 오물거리는지
골목은 하루종일 분주하다
봄의 한 복판에서 출렁이는
저 환한 푸념들
가지마다 탱탱하게 들어차는 수런거림
한 순간 시간이 정지된 듯
지상과 허공 그 짧은 간극으로
물오른 생의 주름들이 펼쳐지고
음탕한 농담 한 두 마디 건넬 때마다
자지러지게 흩어지는 쭈글쭈글한 웃음소리
잠시 생을 붉게 물들이는
봄날 눈(眼)빛 환한 기억들이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다
담장에 기대앉은 봄꽃들
한동안 그들이 피워올린 검버섯을 따라 올라가고
여기 짧은 환희, 봄은 덫이었나.




[심사평]


“시적 미학 절묘한 표현 돋보여”

예심을 통해 올라온 작품은 16명이 출품한 80여편이었다. 이 중에서 본심을 통해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네 명의 다섯 작품.
‘그해 겨울…’(허남훈)은 아프가니스탄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그린 시였다. 변압기
공장에서 손가락마저 잘리고 임금마저 받지 못한 채 고향인 카불로도 갈 수 없는
처지인 형을 한국인 화자의 시선으로 그렸다. 이 시는 과거의 리얼리즘 시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작품 속에 감상주의의 낙인이 깊게 남아있다.
‘맛있는 두부’(최성춘)는 이채롭고 속도감 넘치는 시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말랑말랑한 두부는 아스팔트에 떨어졌다/ 두개골이 갈라져 피가 나듯이/ 녹슨
냄새와 국물은 흘러나왔다”처럼 식탁에 차려진 두부와 오토바이 사고의 기억을
합성시켜 특이한 시적 활력을 생성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후반부로 갈수록 활력을
살리지 못한 채 상투형으로 마무리된 것이 흠이다. 시는 소설처럼 연속된 서사가
아니라 비연속의 연속적 서사다. 텍스트에 너무 친절한 서사를 부여한 점이 이 시의
최대 약점이었다.



추천11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