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추천작품

200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390회 작성일 08-02-13 22:40

본문

바뀐 신발


천종숙

  

잠시 벗어둔 신발을 신는 순간부터

남의 집에 들어온 것처럼 낯설고 어색했다

분명 내 신발이었는데

걸을 때마다 길이 덜커덕거렸다

닳아있는 신발 뒤축에서

타인의 길이 읽혔다

똑같은 길을 놓고 누가

내 길을 신고 가버린 것이다

늘 직선으로 오가던 길에서

궤도를 이탈해 보지 않은 내 신발과

휘어진 비탈길이거나 빗물 고인 질펀한 길도

거침없이 걸었을 타인의 신발은

기울기부터 달랐다

삶의 질곡에 따라

길의 가파름과 평탄함이

신발의 각도를 달리 했던 것이다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은

타인의 신발을 신고 걷는 길,

나는 간신히 곡선을 직선으로 바꾸었다



- 심사평 -

시들이 조금씩 어둡다. 시대가 어둡다고 시가 어두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고,고통 속에서 희망을 읽어내는 변화의 징후를 시에서 엿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작품을 읽어 내렸다. 여섯 사람이 쓴 여섯 작품이 마지막까지 뽑는 이들의 손에 남았다. '기억에서 봄을 검색하다','몸빼','유마경변상도','없다,해돋이 광장에는','결혼기념일',그리고 '바뀐 신발'이 그것이다. 모두 남다른 수련 흔적과 작품 세공력을 숨기지 않은 작품이다. 게다가 주변의 구체적 일상에 충실하고자 한 점 또한 공통의 미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천종숙의 '바뀐 신발'을 당선작으로 미는 데에 뽑는 이들은 쉽게 동의했다. 신발은 흔한 글감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흔하지 않는 예각적 체험으로 되돌려 내는 눈매는 오랜 적공의 결과다. 첫 싯줄에서 마지막 싯줄까지 다소 둔탁하지만 거침없는 사색이 제 맵시를 잘 갖추었다. 함께 보낸 작품들의 수준이 가장 고른 점도 장점이었다. 세상이 변하지 않으면 시가 먼저 변해야 한다. 이제껏 이고 다닌 나이와 경력은 지금부터 잊어야 하리라. 신인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모험의 세계로 즐겨 나아가기를 바란다.

시인 황동규·박태일·최영철

추천11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