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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대구매일 신춘문예 당선작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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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853회 작성일 08-02-1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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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물고기


강경보


- 미래과학그림展에서


미래의 어느 때에는

우리 살아갈 집이 달 옆에 있을 것이다

먼 지구의 일터로부터 귀가하는 일이

오늘 출퇴근하는 일 만큼이나 고되고 느린 것이 아니라

그냥 눈 한 번 쓱 감았다 뜨면

어느 사이 나는 우주정원의 앞마당에서 깨금발을 딛고

고층 빌딩 높이의 테라스를 지나 침실로 들어갈 것이다

은하수가 냇물처럼 반짝이며 별 사이를 흐르고

어린 시절 앞강에서 물장구치며 놀던 기억으로

가끔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고도 싶을 것이다 누군가

명왕성 뒤에 숨어서 우주적 망원렌즈로

얼음처럼 투명한 내 몸을 투사하기도 할 것이다

내 꿈은 비록 지금보다 육분지 오의 무게를 덜어낸

달에서 노니는 것이지만 그것은 촘촘하게 엮인

지구의 기억을 한 편 매달고 사는 일이 될 것이다

별과 별 사이에 빛의 길이 나고

택시는 허공을 날며 손님들을 태우고

어느 영화에서였지, 흰 천 조각으로 여인의 가슴과 음모를

붕대처럼 감으면 그대로 일상의 옷이 되는

그때는 사랑의 말도 한 번의 눈빛이면 되고

이별도 백만 광년 먼 별장에서 보내는

순간의 텔레파시면 족할 것이다 그러나 그 때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남아,

내 어항 속의 금붕어 한 마리가 어떻게

하늘을 날아 저 얼음별로 헤엄쳐 가는지

어느 날인가는 앞강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앉아

오래 당신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것처럼

마음에서만 사는 아득한 것들은 또 어떻게

저 별의 시간을 건너가게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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