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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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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597회 작성일 08-02-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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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 물빛


조 성 문



청송땅 샛별 품은 갈맷빛 외진 못물 갓밝이 저뭇한 숲 휘감아

도는 골짝만 된비알 뼈마디 꺾는 물소리 가득하다.

호반새 울음 뒤에 퍼지는 새벽 물안개 실오리 감긴 어둠도 한

올씩 풀어내고 삭은 살 연기가 되고 재 되는 저 춤사위.

사는 일 짐 부려 놓고 제 거울 들여다보는 고요도 버거운 이

차갑게 돌아앉고 못 속에 누운 왕버들 퉁퉁 부은 발이 시리다.

숨 돌릴 겨를 없이 짙붉게 타는 수달래 먹울음 되재우고 저마

다 갈 길 여는가 내 앞에 툭툭 튄 물살 쌍무지개 지른다.




심사평



세밀한 묘사, 뛰어난 시적 에스프리
일차로 우선 가려진 작품을 놓고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정 수준에 오른 작품이 작년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주산지 물빛’ ‘민둥산의 봄’ ‘삽자루’ ‘쌍화점’ ‘어떤 우산’ ‘수화’ ‘하늘 가마’ ‘엑스트라’ 등의 작품은 어느 것을 당선작으로 밀어도 좋을 만큼 특징적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가혹하게도 단 한 작품을 선택해야 하고, 그럴 경우 심사자는 보다 엄정하고 공정한 시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몇 번의 정독을 거치면서 나는 다음의 세 가지를 염두에 두었다. 시적 대상에 대한 묘사력이 어느 정도 새로운가, 시조의 가락적 운용을 얼마만큼 자연스레 하고 있는가. 이 요건들이 비슷하다면 같이 응모한 작품의 수준이 동등한 수준을 이루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삽자루’ ‘어떤 우산’ ‘수화’ ‘하늘 가마’ ‘엑스트라’ 등은 소재나 표현기법 등에서 새로움은 있었으나 다소 어긋나는 가락의 운용이나 뒤를 받쳐주는 다른 작품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민둥산의 봄’과 ‘쌍화점’의 응모자는 각각 오랜 숙련을 거친 탄탄함이 돋보였으나 시적 상상력의 새로움이 다소 미흡하여 다음 기회를 보기로 하였다. ‘주산지 물빛’은 세밀한 묘사도 그렇지만 시적 에스프리가 뛰어나고 감각과 가락의 운용 또한 수준급이다. 보내온 작품 전체가 태작이 없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시인될 단단한 자질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시조단에 새로운 정신을 열어주는 좋은 시인이 되길 바란다.

/이지엽·시인




당선소감


바다로 가는 막차는 떠났다. 가야할 길은 멀고 무작정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휙 지나쳐 버렸을 그 무수한 생명들, 어둠에서 나무와 돌과 들풀을 만나볼 수 있었다. 길 끝에 외딴 집 불빛이 지치고 힘든 나에게 하루 쉬어가라 하였다. 새들도 부리를 묻고 꿈꾸는 이 여행이 참 아늑하고 따뜻하다. 내일은 막 뜨는 해를 맞으리라.

너른 들, 맑은 강이 흐르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학창시절에는 훤칠한 키에 옷고름 휘날리시던 시인 선생님이 어린 내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그 선생님 보고 싶어 창가에서 기웃대곤 하였다. 훗날 나도 교사가 되었지만 문학 수업을 하면서 뭔가 늘 부족해왔다. 치열하고 생생한 창작의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흰눈이 녹는 오후에 당선 소식을 들었다. 돌이켜보면 지름길도 있었는데 먼 길 휘돌아온 느낌이다. 몇 번이고 문턱에서 쓰라린 좌절을 맛보았다. 쉬 넘어질 수 없었다. 시련에 불과한 걸까. 눈물이 핑 돌았다. 폴 발레리는 말했다. 바람이 분다, 더욱 굳세게 살아야지. 누구나 쓸 수 있고 써야 하는 우리 시조. 이제 시조 대중화에 내 작은 힘을 보태야 하리. 차가움과 뜨거움을 안고 고개 숙여 정진하는 글꾼이 되겠다.

내 시조시의 가능성에 이름을 걸어준 조선일보사와 여러 모로 부족한 글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함을 드린다. 고희 맞으신 어머니,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이랑 단란한 잔치라도 벌일 참이다. 나와 알고 지내는 모든 분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 약력

1965년 전남 함평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졸업
민족시사관학교 회원
현재 인항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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