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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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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
꽃들 무진장 피어나는 것은
한 겨울 폭설에
굶주려 허기진 세상에
따듯한 밥상을 차리는 것이다
한데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져
상처나고 지친 세상에
누군가 위로의 수저를 건네 주는 것이다
가족도 없고 돌아갈 집도 없는
노숙자인 저 들과 산에
손을 잡아 주고 옆에 같이 앉아
사월은 어머니처럼
맛있는 사랑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뒤주에서
고운 햇살 같은 쌀을 퍼내
봄비로 씻고
꽃 필까 말까 한참 뜸을 들이다
김 모락모락 나는
제주의 유채꽃과 선운사 동백꽃과
광야의 매화를
밥그릇에 담는다
이제 막 바쁘게 버무려 놓은
이천의 산수유꽃과 유달산 개나리와
장복산 벚꽃 같은
맛깔스런 반찬을 올려놓는다
천천히 다 드시고 난 후에
치악산 복사꽃과 영취산 진달래꽃과
소백산 철죽꽃으로
입가심을 하는 것이다
사월의 밥상을 누구든지 먹어
세상 모두 배부르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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