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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는 가랑비도 외고집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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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는 가랑비도 애를 먹였다
빛을 사리고 구름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가리고 펴기를, 연사흘
오늘은 기어이 아침부터 까맸다
하늘만이 아니라 땅까지 까맸다
가뭄에는 가랑비도 외고집 부리는 걸까
이제 갓 열매맺는 홍고추
이제 갓 떡잎 떨군 흰콩
이제 갓 속잎 뽑아 올린 배추며 열무
연일 들여 마신 햇살에 취해
잎이 구역질하더니 줄기마저 휘청댔다
불을 붙이면 마당에도 불이 붙겠다 싶은 날
갓난애 오줌 싸듯 질금 비가 내렸다
질금거린 비 덕에 바람이 일고
바람 끝에 손바닥 뗏장 뜨고 게으른 싹이 돋았다
송곳도 톱날도 없는 것이 고 연한 목심 하나로
뗏장 떠밀고 틈새로 싹을 내밀었다
쏴-
하늘에선 장대비가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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