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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김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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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김승기
며칠 전 불도저가 강바닥을 밀어
판판히 물만 흐르게 했더니
강은 또, 누구에게 가려고
기어이 모래섬을 만들었다
뭍으로 기어나온 맨살의 그리움
그 수줍음을 밟고 선 백로 한 마리
한발자국 한발자국에
혼자 뒤척이던 강물소리는
따듯한 입김처럼 울먹울먹 환해지고
조금 후면, 떠났던 새들
- 네가 그럴 줄 알았다
왁자지껄 다시 모여들 거고
강은 못 이기는 척 그 떠들썩함에
전보다 깊숙이
몇 뼘 자란 외로움을 기대리라
김승기 시집 <세상은 내게 꼭 한 모금씩 모자란다> 리토피아 시인선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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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br />
모자름에 대한 철학적 상상력... <br />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하나 고르라고 하면<br />
나는 선듯 '결핍'이라는 말을 들게 된다. <br />
자연의 움직임이 미세한 결핍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br />
김승기 시인 역시 말하려는 것은 아닐까. 모든 행위의 근본에 <br />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는 것... 하긴<br />
이러한 결핍은 시적인 상상력이 아니더라도 <br />
세상을 살아내는 유용한 가치가 되기도 한다. <br />
마쓰시타는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평생 배우려고 노력했고<br />
건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평생 건강을 챙겼다고 한다.<br />
강이라는 시도 그 근저에는 결핍을 채우기 위한 <br />
자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대하여 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br />
모래톱으로 회귀하는 새들의 그리움과 <br />
수면을 향해 발뒤꿈치를 드는 강바닥의 그리움은 <br />
서로를 향한, 서로에 대한 사랑을 채우려는 욕망이 아니겠는가.<br />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시... 시인의 생각 또한 <br />
모래톱과 새들의 가슴으로 번지고 강으로 스미며 <br />
모자른 것들을 채워나갈 것이다.<br />
시인은 저의 모자름으로 세상을 채우는 자이려니.<br />
<br />

강명미님의 댓글
강명미 작성일좋은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