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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구르는 바퀴와 걀걀 웃는 닭들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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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진수
댓글 0건 조회 7,212회 작성일 07-01-16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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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구르는 바퀴와 걀걀 웃는 닭들의 기쁨




오후 5시

미사리로 가는 와곽순환도로를 달리다가

석양에 떠밀려 낮게 흐르는 슬픔의 잔해들이

계곡을 타고 내려왔다

겨울나무도 꿈을 꾸는가

실패한 혁명가처럼 계급장마저 다 떨군 나무의

저녁은 서글프다

앞서 달리던 트럭의 뒷칸에 실린 리어카 바퀴가

뒤집어진 채 실실 쪼개고 있다

제멋대로 굴러가는 세상은

참 편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바퀴는 달리는 가속도만큼 더 빠르게 웃고 있다

퇴계를 싣고 가는 닭차가

잽싸게 끼어들었다

창살마다 목을 뺀 닭들이

운전대를 붙잡고 사생결단이라도 낼 듯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인간들을 보고서 걀걀거리며 웃고 있는 중이다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그들이 코딱지만한 아파트 열풍의 위력을 알기나 할까

아파트 두 채만 포개놓아도

억억 소리가 씨팔 번씩이나 반복해야 된다는 사실을

억억 곱하기 씨팔은 삼십육 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라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

나는 옆차선으로 끼어들어 닭들을 올려다보았다

왜 노려보느냐고

엿이나 먹으라고

무정란인지 유정란인지 계란 하나 툭 꺼내서

던져주고는 달아나버렸다

치킨집 앞을 지나가다가

아파트 열풍에 휩싸인 인간인 것이 차마 부끄러워서

어두운 골목길만 골라서 집으로 돌아왔다.
추천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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