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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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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
바람의 각은 차암 부드러웠네
그 해 겨울은 참 따뜻했네
사람이 사람을 만나 그리워지기도 하고
그리움 하나만으로 너끈히 겨울을 나기도 했네
논밭에 뿌리를 내린 벼 밑둥도
겨울을 날 수 있었네
얼음이 얼어 아이들이 얼음지치기를 해도 밭 주인은
나무라지 않았네
동네 꼬마 아이들이 야구공을 던져 유리창을 박살냈는데도
주인은 나무라지 않았네
햇살을 싣고 가는 리어카 바퀴살에도 웃음이 실려 있었네
언덕을 오르다가 잠시 쉬었을 때에
비둘기같은 웃음이 터져나왔네
사랑하는 이들이 극장 앞에서 만나고
겨울이 끝나갈 즈음에 헤어졌다고 해도
겨울은 나무라지 않았네
추운 겨울이 와서 가난한 수도꼭지가 얼어터진 적은 없었네
붕어빵을 파는 아저씨가
동그란 붕어를 구워내느라 겨울이 지나가는 것도 몰랐네
봄날이 되어서야
겨울이 아무 탈 없이 지나갔다는 것을 알았네
그리움도
아무 탈 없이 잘 견디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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