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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에 대한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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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에 대한 명상
각을 잃어버린 꿈들이
납작하게 누워 있다
한때는 그럴듯한 백화점에서 유명한 이름표를 달고서
고관장관의 댁으로 배달이 되었을,
마음과 정성을 담아 보냅니다 라는 인삿말까지 달고서
부자 동네로 실려갔던 적이 있었다
네모난 방에서 아름다운 꿈을 꾸며
그 꿈들이 환하게 열려지기를 바라며
사람과 사람의 마음들이 열려지기를 바라오며
금박으로 장식된 훌륭한 문이 열렸을 때에
너는 이제 더 이상 황홀한 꿈을 꿀 수 없게 되었다
바퀴살 하나가 빠진 리어카에 실린 채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만남과 헤어짐은 애초부터 짜여진 각본이었다
너는 그저 대본에 씌인대로
배우처럼
낯선 이름표를 달고서 태어난 존재였다
덜그럭거리는 환상이 깨진 골목 안을 걸어가며
꿈이 접혀진 것과
구르는 바퀴살의 삐걱거리는 현실을 들어야 한다
할머니의 뭉툭한 손이
네 귀퉁이에 남아 있는 꿈마저 접어버렸을 때
버둥거리던 꿈들이
고물상 마당 안으로 추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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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대본대로 흘러가던, 접혀지던, 버둥거리든<br />
어쨌거나 꿈은 연속적이다.<br />
환상이 깨진 골목이든, 어두운 골목길이든 길은 연속적이다.<br />
<br />
...... 그러므로 둘 다 ~ 미분 가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