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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이 퍼레졌다 / 이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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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이 퍼레졌다
이정화
어제는 봉선화가 죽었다
오늘은 구절초가 죽었다
백일홍은 진작에 죽었다
입동이 가까워 오자 화단의 꽃들이
차례로 죽어 나갔다
어제는 소학이가 죽고
오늘은 바바리가 죽고
칠성이는 죽은 지 한참 됐지
친구들의 부음을 접할 때마다
팔순 노모는 바빠지신다
힘에 부쳐 못 가신다던
뒷산 약수터도 새벽마다 오르시고
혈당 체크기도 새것으로 바꿨다
입동이 지나자
화단의 사철나무 이파리는 서슬이 더 퍼레졌다
- 리토피아 2006. 가을호
- 문화예술 위원회 선정. 2006년 제 4분기 문예지 게재 우수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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