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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자전거가 서있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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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경곤
댓글 0건 조회 4,034회 작성일 04-08-30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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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자전거가 서 있는 저녁


시 / 김경곤

삘릴리 삘릴리
먼 기억 속
유년을 넘어
들려오는 퉁소소리

뒤 곁에 세워 둔
낡은 자전거
그리고
버려진 대퉁소
해거름녁
어둠이 해까닥거리면
딸그락 딸그락
빈 찬합 하나 달랑 싣고
거인처럼 다가 오신다
가라앉은 퉁소소리처럼
하루의 긴 여정을
찬합에 담아 오셨나보다

문패에서 지워진
아버님 성함처럼
지워져 버린 상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불 타 버린
지방(紙榜)의 잔재처럼

낡은 자전거가
서 있는 저녁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퉁소소리
내 유년의 아버지
그리고
뒹구는 막걸리 병 하나가
유년의 기억을 깁고 있다


******************************
*지방(紙榜): 종이로 만든 신주(神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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