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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04 신춘문예 당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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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토피아
댓글 0건 조회 4,069회 작성일 04-01-0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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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길

김춘남



기가 막혔다. 눈물길이 막혔으니….

길은 어디에나 있다고 하더라만,
미처 몰랐다.
눈물에게도 길이 필요한 줄은 정말 몰랐다.
무심코 사는 것도 바빠서
세례만 받고 교회에 안 나가는 신자처럼
눈물의 존재를 잊고 산 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곰팡내 나는 일기장을 들추어보니,
'눈물은 나의 신앙'이라는 얼룩진 표현도 눈에 띈다.
가뭄에 메말라버린 골짜기의 저수지처럼
가슴 속 밑바닥의 뻘이 드러나면, 그 속은
흉물스러운 쓰레기들이 방치되어 있을 테지.
이마며 가슴에 환경보호 띠를 두르고
환경 지킴이로 동분서주
개발이냐,환경이냐를 역설하였는데….
건조주의보의 나이에 들면서
먼 곳의 우포늪은 잘 보여도 정말 가까운
눈물샘은 돌보지 않았다.
고도근시와 난시를 동반한 마른 가슴은
어이없게도 눈물길을 막아버렸다.
물론 수술만 하면 간단히 끝날 일이지만,
마음이 담수되지 않고서는
길이 있어도
눈물은 결코 가지 않으리라.
눈물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수몰된 고향과 같은 것.
인생의 이정표에 없는 눈물샘으로 가는 길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좁은 길
잡초에 묻혀 있던 고향 가는 길에 눈물길은 있으리.



<심사평>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눈물길 외 4편''물 한 잔과 자전거 외 2편''금성 라디오 외 4편''밤깎기 외 5편'이었다. 이 중 '금성 라디오'와 '밤깎기'는 그 상상력의 전개는 좋으나 형상성의 부족에서 오는 '얹기'의 결핍은 '울림'과 그로 인한,정서와 사유의 '교환'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눈물길'과 '물 한 잔과 자전거'의 두 편이었다. 이 중 '물 한 잔과 자전거'의 언어는 맛깔스럽고 재기에 넘치나,약간의 작위가 '교환'을 가로막고 있었으며 시의 '울림'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눈물길'은 형상성에서 오는 '울림'이 시읽기를 유혹하고 있었고,이 유혹은 감동으로 이어지고 있었으며 그것은 구체적 삶의 경험에서 길어올린 것이었으므로 더욱 강한 호소력을 지니고 '교환'을 가능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미덕 중의 또 하나는 그 감동의 수준이 시 5편을 골고루 흐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눈물길'을 당선작으로 하기에 심사위원들은 합의하였다. '재기'보다 '얹기'와 '교환'에서 오는 '형상성의 울림과 감동'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모든 이들,정진을 바란다.
시인 강은교·최승호



<당선소감>

당선의 영광은 꿈속에까지 나타나 무언의 계시를 준다고 하던대,나의 능력이 부족함을 잘 아시는 시(詩)의 신(神)은,꿈속에서조차 '시인'이 되는 일체의 방법과 길을 가르쳐 주지 않으셨습니다.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라며….
어릴 적에 동네 친구들과 강에서 마구잡이로 익힌 것이 '헤엄'이라면,물장구부터 시작하여 호흡과 영법(泳法)을 제대로 배운 것은 '수영'일 것입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제 진짜(!) 시인의 길로 접어든 내게 주어진 몫은,거친 파도 속 실존의 바다에서 나만의 시법(詩法)으로 호흡과 힘 조절을 잘하면서,얼마나 멀리까지 나아갈 수 있느냐,하는 데 있습니다.
곁에서 늘 무언의 따끔한 격려를 아끼지 않은 아내와 따뜻한 시심의 '글가람',동심이 흠뻑 담긴 '글나라'와 부산아동문학협회,'꽃과 미늘' 등의 인정 넘치는 여러분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여러모로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두 분 심사위원님과 부산일보사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1956년 부산 출생 △방송대 국문과 졸업 △200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현재 부산교통공단 근무.
추천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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