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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청명산 독수리가 먹이를 나꿔채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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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하늘 청명산 아래
보이지않는 쇠밧줄이 말뚝 박혀 있었다
여기저기 늙은 나뭇가지에 걸쳐져 있었다
한반도의 허리 신음소리에 깔린 바위산
유유히 흐르는 강물 아래
세차게 굴려 등 떠밀어 버리고
세상 아무 것도 눈치보지 않는 한 마리 독수리
능엄한 날갯짓 미묘한 바람 일으키더니
벌써 전에 덤불 뒤로 숨어버린
울타리 안에 갇힌 좁은 가슴의 닭새끼들을 향하여
빨래 장대처럼 수직 낙하
푸들거리며 떠는 가느다란 목덜미를 나꿔챈다
이끼 낀 섬돌 아래 굴러 떨어지는
한낮의 마당에 나뒹구는 어린 짐승
실오라기 같이 가냘픈 비명에서
무지개 치장한 깃털을 요모 조모 뜯어낸 후
한 점 피흘리는 붉은 심장만
단 한 번의 부리로 콕 쪼아 삼킨 후
시체의 골짜기에 버려두고
못 본 척 무심하게 다시 이륙의 나래 끝을 편다
비행의 들판이 빙글 빙글 돌면서
풍지도 협곡의 나선형으로 기어오른
에메랄드빛 계단식 논밭을
제 오랜 시야의 먹이로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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