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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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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수목원
오형석
뿌리의 생각들이 하늘을 이고 있다
이곳에선 오래된 바람이 나무를 키운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 풀리지 않는 의문 하나씩 갖고 있듯
나무는 잎사귀들을 떨어뜨려 그늘을 부풀게 한다
볕이 떠나기 전에 오래된 바람은 칭얼거리는 나무를 타이르고
흙이 부지런히 물질을 서두르는 동안 뿌리가 생각을 틔우는지
다람쥐들이 가지를 오른다, 햇볕의 경계에서 숨은 그림을 찾듯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이 흘리는 소리를 줍는다
나무의 숨결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바람은 손끝이 저리도록 열매를 주무른다
그때마다 잎사귀들 웃음소리가
숲이 안고 있는 침묵의 당간지주를 흔들었다
나무가 발끝을 세워 마른 솔방울을 떨어뜨리는 사이
지나온 시절 앙다물고 뭉쳐있는 마음의 응어리를 가늠해본다
여물지 못한 생각을 방생해야겠구나
숲에 와서 가슴 한켠에 나무 하나 심는다
열매가 익고 있는 소리들이 새들의 귀를 씻는 시간,
해가 지면 수목원은 고여있던 생각들을 태워
하늘로 오르는 길로 벌건 잉걸을 뿜어 올린다
오형석
뿌리의 생각들이 하늘을 이고 있다
이곳에선 오래된 바람이 나무를 키운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 풀리지 않는 의문 하나씩 갖고 있듯
나무는 잎사귀들을 떨어뜨려 그늘을 부풀게 한다
볕이 떠나기 전에 오래된 바람은 칭얼거리는 나무를 타이르고
흙이 부지런히 물질을 서두르는 동안 뿌리가 생각을 틔우는지
다람쥐들이 가지를 오른다, 햇볕의 경계에서 숨은 그림을 찾듯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이 흘리는 소리를 줍는다
나무의 숨결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바람은 손끝이 저리도록 열매를 주무른다
그때마다 잎사귀들 웃음소리가
숲이 안고 있는 침묵의 당간지주를 흔들었다
나무가 발끝을 세워 마른 솔방울을 떨어뜨리는 사이
지나온 시절 앙다물고 뭉쳐있는 마음의 응어리를 가늠해본다
여물지 못한 생각을 방생해야겠구나
숲에 와서 가슴 한켠에 나무 하나 심는다
열매가 익고 있는 소리들이 새들의 귀를 씻는 시간,
해가 지면 수목원은 고여있던 생각들을 태워
하늘로 오르는 길로 벌건 잉걸을 뿜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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