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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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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721회 작성일 17-02-0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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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 당선 소감]

 

사랑스러운 것을 사랑스럽다고그렇게 반짝이는 글 쓰고 싶습니다

 


 

전영규

 

1986년 충북 청주 출생 

대전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박사 수료


 

 

고요하게 반짝이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감히 말하자면, 평론이라는 것은 사랑하는 연인의 성감대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스러운 것을 사랑스럽다고 말해주는 일. 그들을 왜 사랑하는지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부여하는 일. 그들이 지닌 아름다움은 분명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느덧 그들을 향한 사랑을 책임져야 할 지점에 다다랐습니다. 그들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고통이나 추함까지도 감당할 수 있는 넉넉한 위장을 지니고 싶습니다.

 

박민규와 황정은을 읽으면서 묘하게 겹치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구절을 빌리자면, '좋은 것''옳은 것'을 이기기 시작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비관주의로 무장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이곳에서 문학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동생에게 아기가 생겼습니다. 그제야 적어도 나보다 오랜 시간을 살아갈 세대들의 삶에 대해 골몰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고, 서로를 닮은 아이를 낳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용기 있는 자들입니다. 그들이 괴물이 아닌 아름다운 인간으로 멸종할 수 있도록, '옳지 않은 것''옳지 않다'고 말하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계를 바랐습니다. 이 시대의 뷰티풀 엑스(beautiful X)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저 또한 앞으로 다가올 것들을 향해 두려움 없이 맞이할 이기적 유전자를 지닌 엑스맨이 되고 싶습니다. 오래된 연인처럼 그들의 아름다움을 한결같이 지켜내는 일. 이것이 제 작은 소망입니다.

 

 

 

늘 고군분투했던 것 같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제 곁에는 보들레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근사한 아빠가 있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탱고를 추는 엄마가 있습니다. 당신들의 풍부한 감성이 제 뼈를 키웠습니다. 저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똑똑하고 명랑한 동생들도 있습니다. 소설 속 '나나'의 아기처럼 앞으로 태어날 조카의 삶이 꽃길로 가득했으면 합니다. 가족들을 생각하면 정작 나는 너무 무심하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그들에게 제가 그나마 할 줄 아는 글을 쓰는 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저를 지켜주시는 학교라는 든든한 울타리도 있었습니다. 저를 믿고 기다려주신 이승하 선생님(제 창작 욕구는 선생님의 무자비한 과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항상 넉넉한 품으로 감싸주시는 전영태 선생님. "너는 꼭 평론을 써야 되겠구나" 말씀하셨던 박철화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이상이란 근사한 사람에 대한 석사 논문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제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격려해주시던 송승환 선생님과 류신 선생님. 무한한 애정을 주시는 당신들이 계셨기에 저는 누구보다도 풍요로운 사유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증명할 좋은 기회를 주신 강유정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자유란 그저 혼자가 되는 또 다른 방법일 뿐이다'라는 말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여전히 자유롭고 싶고, 다시 한 번 무참하게 고독해질 것이며, 앞으로 다가올 것들을 향해 초연해지고 싶습니다. 고요하게 반짝이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한결같이 그들의 아름다움을 지켜내는 오래된 연인 같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문학이라는 가장 깊은 심연에 다다를 때까지 지치지 않는 힘을 기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사평]


김영찬 씨(왼쪽)와 신수정 씨.

 지금 이곳에서 비평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왜 비평을 써야 하는가? 비평의 시작과 끝은 이 물음과의 싸움이다. 이런 물음을 절박하게 끌어안은 응모작은 찾기 어려웠다. ‘영혼의 서정, 건너가는 육체와 끌려오는 몸-김이듬과 신용목의 시를 중심으로육체라는 키워드로 김이듬과 신용목의 시를 묶어 다루었다. 그러나 서로 먼 거리에 있는 두 시인의 시세계를 한데 엮기에 육체라는 키워드는 헐거웠고 논리는 평이했다.

 

 경계에 대한 감수성, ‘지금-여기바깥의 관계론-이장욱 소설 읽기는 안과 바깥의 상호 의존이라는 흥미로운 문제 설정을 경유해 이장욱 소설의 의미에 접근하는 논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다른 응모작이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이 글이 훌쩍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서구이론을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해 텍스트의 결을 잘 드러내면서도 넘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보여준 필자의 장점을 믿어 보기로 했다. 비평이라는 속수무책의 험로에 들어선 것을 위로하며, 당선을 축하한다.

 

김영찬·신수정 문학평론가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102/82133570/1#csidxd2d7a2756aa4a9cbd757fc3ae734c8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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