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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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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하병연
몸 낮추고 벼를 보아라
벼는 혼자 살려고 하지 않는다
스무사나흘 정도 살 맞대어 살다가
큰 논으로 분가하면
그때부터 다시 한달 보름 동안
자기 몸을 쪼개고 쪼개다 여름을 들인다
몸 낮추고 벼를 자세히 바라보면
이 여름 푸른 이유를 알 수 있다
눅눅한 장마철,
축축한 욕심 씻어낸 자리에
벼는 하늘과
시퍼런 사랑을 뜨겁게 해댄다
벼꽃이 피고 이삭이 영글고
몸 낮추고 벼를 보아라
벼 이삭이 혼자 익는 게 아니다
어미 없는 자식이 어디 있으랴
비우고 비워
탱탱한 사랑을 세상 밖으로 내놓는 가을
미련없이 털어버리는 벼는
또다시 제 몸 썩혀 반년의 생을 접는다
하병연
몸 낮추고 벼를 보아라
벼는 혼자 살려고 하지 않는다
스무사나흘 정도 살 맞대어 살다가
큰 논으로 분가하면
그때부터 다시 한달 보름 동안
자기 몸을 쪼개고 쪼개다 여름을 들인다
몸 낮추고 벼를 자세히 바라보면
이 여름 푸른 이유를 알 수 있다
눅눅한 장마철,
축축한 욕심 씻어낸 자리에
벼는 하늘과
시퍼런 사랑을 뜨겁게 해댄다
벼꽃이 피고 이삭이 영글고
몸 낮추고 벼를 보아라
벼 이삭이 혼자 익는 게 아니다
어미 없는 자식이 어디 있으랴
비우고 비워
탱탱한 사랑을 세상 밖으로 내놓는 가을
미련없이 털어버리는 벼는
또다시 제 몸 썩혀 반년의 생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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