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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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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4,264회 작성일 03-01-0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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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식은 연탄 한장

주광혁



나에게도 연탄에 대한 추억이 있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새파란 젊은 놈이
그땐 그랬지 하는 것인데

고추가 쫄아들도록 추워서
옴짝거리기 죽어도 싫은 겨울밤
냉걸 같은 구들장이 밉살스러워, 이불장 속
아버지 밥그릇을 매만지기도 하고
굼벵이처럼 이불 위를 굴러도 보면
번개탄 냄새가 싸아하게 들이치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꽃불이 핀 번개탄을
연탄 아궁이에 넣고,
새 연탄에 밑불이 옮겨 붙을 때쯤
가슴츠레 꿈자리를 만들어 주는
장판 위로 불쑥불쑥 솟아오르던 열대식물들
때론 한 사발의 동치미를 떠올리고는 잠이 깨고
꽉 찬 오줌보를 붙잡고 밖으로 나가
한 귀퉁이 식어가는 연탄에
확인하듯 오줌줄기를 쏘고
외롭고 쓸쓸한 겨울하늘을 보며 으스스 떨었던 것이다

지금, 다시 연탄이 감치는 까닭은
거울 앞에 서신 어머니의 센 머리오리 하나
유년의 겨울을 지피던 연탄불과 다를 게 없어서이다

쉽게 사랑을 말할 수 없지마는
그때 어머니에게 사랑은 한 장의 연탄 같은 것
조붓한 방안의 네 식구를 데우던 사랑을 생각하면
다 식은 연탄 한 장
기꺼이 외롭고 슬픈 별 하나 되는 것인데

나는 문득, 그 별이 유난히 높고 밝은 걸 깨닫고는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심사평

결심에 오른 세편을 놓고 심사위원은 고심했다. 김기린의 `임마누엘 화원''의 여성적 개성과 양동숙의 `박씨의 끊어진 통화''외 4편의 주제의식이 못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침내 주광혁의 `다 식은 연탄 한장''에 기꺼이 합의했다.
언어를 다루는 솜씨의 세련됨과 내용의 감동이 위의 두편을 압도할 만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좋은 시인 하나가 한국 문단에 이름을 더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심사위원 : 시인 주근옥·양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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