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작품
한여름 달밤/송문헌
페이지 정보

본문
한여름 달밤/송문헌
천지가 숨이 멎은 어둠의 헛간
후각 을 괴롭히는 것들에 익숙해진다
갈라진 벽 틈새로 한 여름밤 달빛이
잿다리*에 하얗게 방글거린다 흠칫 놀라
두리번거리는 어둠엔 눈을 감아도 생생한 것들
갈라진 벽엔 쟁기, 그 맞은편엔 멍석말이가
문간 옆엔 삼태기, 괭이, 호미, 낫, 들이...
불현듯 쏙독새 소리에 눈을 떠보니 희끄무레
모두가 그 자리, 모두가 그 자리
빈 마당 가득 엄니가 다녀갔을까?
그림자진 추녀 아래론 밤이슬만 함초롬 차다.
* 잿다리 : 재래식 변소에 똥오줌을 누기 위해 걸쳐놓은 두 개의 긴 나무 판대기.
추천224
- 이전글바 보 (시)/박규남 02.08.30
- 다음글눈길/목이 02.08.2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