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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석간 日蝕/임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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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석간 日蝕
1 (記事)
낮은 어두워
우중 기호잎은
파란- a
새벽일에 나선 금은방 점원의
야망을 담아
가로등을 쏘다- b
外,
아가야 아가야
어미를 네 뱃속에 넣어
소화시키렴- c
2 (雨中)
며칠째 낮은 어두웠다
비는 오지 않았다
다만 나는 내 역사(役事)의 순간에
낡지 않는 밤을 보내고 싶었다
별은 낮에도 뜰 것이고
조수는 차츰 가라앉는다
유난히 묽은 하늘이었다
일식의 증후가 우주(宇宙)의 한 귀퉁이에서
예언되었나보다
소란스런 각종 매체들의 보도가 있었다
나는 아침 요리 프로그램에 맞춰
식사(食事)를 했다
눈을 감으면 피안의 저편에서
모주(母主)의 기도가 들린다
자못 꽤 간절하다
이따금씩 누군가의 신(神)이 되어
일말의 기적을 불러 일으켜 주는
우스운 상상에 오래 잠을 맡긴다
바투, 아침은 오되 낮은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깨이지 않았으면 한다
3 (野望)
부지런한 젊은이를 스카웃하려는 제의가 들어왔다
참으로 합당한 취직이었다
은밀한 이목은 젊은 열정을 향해 흔쾌히
뻗어 있었고 유혹은 새벽의 감성을 뒤흔들었다
"저의 점포에선 시계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하루를 24개 혹은 1440개로 쪼개는 일은
여간 쓸데없는 짓거리가 아니거든요"
그의 금은방에서는 시계를 판매하지 않는다
한날의 최선은 늘 그에게 안정을 선물하였으니.
해는 보름이 지나도록 뜨지 않았다.
젋은이는 2거리, 건너편에 있는 가로등에
불을 밝히는 솔선을 머뭇대지 않았다.
곁, 쉽게 제외될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그를 칭찬하는 말을 아끼지 않았으나
웬일인지 금은방 주인만은
부지런한 점원의 열정을 나무랬다
그리고 며칠 후,
젋은이는 그의 자취방 식은 아랫목에서
부패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3주째 해는 뜨지 않았고
2거리, 가로등은 늘 밝아 있었다
4 (母憐)
아가야 아가야
어미를 네 장(腸) 속에 넣어
소화(消化)시키련
내 육(肉)은 네 살이 되고
내 영(靈)은 너를 옹호하마
잘근 잘근 씹어
생(生)이 부질없지 않음을
이 어미는,
불쌍한 어미는
나를 깎아 너를 먹이마
신(神)이 모질지 않다 해도
내 자궁을 뚫고 너를 안게 함은
이미 모진게야
아가야 아가야
이 어미를 삼켜
부디 네게
득이 되게 하려므나
5 (日蝕)
4주째 낮은 오지 않았다
중동 어느 지방에 거나한 소나기가
한차례 쏟아졌다는 보도가 있은 즉
거대한 지진이 일었다
천문학자들의 분분한 의견에도
무속인들의 굿은 끊이지 않았다
한쪽에선 가뭄이 일고 한쪽에선
풍악이 일었다
이리로 저리로 쏠리는 급류처럼
저마다 자기만의 인파를 대동해
있을 법한 누군가에게 시위했다
그리고 달은 오랜 시간에 걸쳐 해를 가렸다
문득 생(生), 그 먼 끝에서부터
비릿한 통증이 밀려온다
[아아 어디로 가는거요 다들]
나는 눈을 감았다
처음부터 해란 것이 없던 것 같기도 하다
긴 지루한 밤의 점령은
모두 눈을 감고 다니기
시작하였을 때부터였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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