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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이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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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장
댓글 0건 조회 4,117회 작성일 03-01-04 22:49

본문

봄의 계단
이송희


반쯤 열린 문틈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두꺼운 침묵으로도 밀어내지 못하고 푸석한 낯빛 하나로 거리를 나선다
반만 남은 노을이 감싸 안은 거리는 가슴까지 차 오른 꿈, 푸르게 출렁이고 그 속에 섞이지 못한 삼각 파도의 내가 있다
무심코 올려다 본 유년의 하늘은 골 패인 기억들만 촘촘이 찍어낸다 시간의 고삐를 풀어 얼마를 더 가야할까?
날카로운 바람이 붉은 알들을 쏟아내면 부스스 일어나는 어린 잎새 한 줄기 하늘가 꽃물을 토해낸 아침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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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인공 조미료’없는 그윽한 멋 우려내


올해 시조부문 당선작으로 이송희씨의 ‘봄의 계단’을 선정하였다. 흔히 시조는 맺고 푸는 시가형식이라고 말한다. “맺되 옹이를 지우고, 풀되 굽이치는 여울을 둔다”고 한다. 당선작은 그런 시조의 형식미학과 구문법을 오롯하게 갖추고 있다.
응모작 수준이 상향 평준화를 이루어 그 어느 해보다 각축이 치열했던 시조부문. 1차로 골라낸 ‘가을풍경’(이창호), ‘가을은 해탈을 꿈꾼다’(김경택), ‘가을 문턱에서’(김기철), 그리고 ‘봄의 계단’ 등 네 편을 놓고 당락을 가리게 되었다.
‘가을풍경'은 주제가 구체적으로 소화되지 않은 채 생경하게 겉돌고 있다. 소화불량의 주제는 결국 ‘백화점식 언어의 나열’과 우편엽서 같이 ‘화려한 풍광 묘사’에 치우치고 만 것이다. ‘가을은 해탈을 꿈꾼다’ 역시 상징과 은유가 때로는 겉돌며, 발상법이 기발하지만 그 재치가 경이로움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문학작품 소재로 너무 많이 다루어 이제 식상(食傷)할 대로 식상해버린 특정 종교 주제를 다룬 점도 이 작품의 ‘간택’을 망설이게 하였다. ‘가을 문턱에서’는 완성도 높은 단아한 시조다. 그러나 ‘사유의 깊이가 따르지 않은 단순한 기교’에 의탁, 시적 긴장미를 연출해내지 못했다.
당선작 ‘봄의 계단’은 인공 조미료를 넣은 흔적이 없다. ‘관조의 총혜’를 읽을 수 있는 당선작은 조미료를 쓰지 않아 오히려 더 깊고 그윽한 맛을 우려낸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새로운 시조문맥을 일구어나갈 재목으로 성장하기 바란다. (윤금초·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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