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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논둑에 앉아/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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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논둑에 앉아
안웅
해 다 저물고
더는 물러 설곳 없는 무논둑에 앉아
논배미 빼곡히 들어 찬 독새풀을 본다
머릿통 짓눌렸더냐
뿌리째 뜨올랐더냐
고만고만한 키 높이에 설레 젓는 맨머리통이
흙탕 위에
어둑살 아래
욕지거리 처럼 몰려 있다
건너편 외딴 사람의 집 하나
이땅의 지어미가 피워 내는 저녁 연기
바짝 마른채 솟구치지 못하고
이땅의 지아비가 밝혀 내는 저녁 불빛
앞선 어둠 뒤켠에서 사그라질듯 가물거릴때
독새풀, 이 질펀한 무논 배미에 돌아 누워
스스로 잠들수 없고
든잠 스스로 깰수없는 밤들을
흙탕 깊게 담궈 헹구며 지새워야 하리라
해 다 저물고
어둑살 속에서도 붉은꽃 피워 내는 무논둑에 앉아
폭이 아닌 깊이로만 어두워 지는
담장 낮은 사람의 집, 불빛, 그리고 저녁 연기를
울컥, 독새풀물 게우는 詩를 도둑질 하고 있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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