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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달밤/송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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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문헌
댓글 0건 조회 4,955회 작성일 02-08-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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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달밤/송문헌

 

 

천지가 숨이 멎은 어둠의 헛간
후각 을 괴롭히는 것들에 익숙해진다
갈라진 벽 틈새로 한 여름밤 달빛이
잿다리*에 하얗게 방글거린다 흠칫 놀라
두리번거리는 어둠엔 눈을 감아도 생생한 것들
갈라진 벽엔 쟁기, 그 맞은편엔 멍석말이가
문간 옆엔 삼태기, 괭이, 호미, 낫, 들이...

불현듯 쏙독새 소리에 눈을 떠보니 희끄무레
모두가 그 자리, 모두가 그 자리
빈 마당 가득 엄니가 다녀갔을까?
그림자진 추녀 아래론 밤이슬만 함초롬 차다.

* 잿다리 : 재래식 변소에 똥오줌을 누기 위해 걸쳐놓은 두 개의 긴 나무 판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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