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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울지 않는다/박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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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울지 않는다/박진성
어느 날 내가 부드러운 물의 그물 속을 휘저으며 돌아다니다 나의 몸이 卵生하는 부족의 알이었음을 알았을 때 둥근 바위에 몸을 뭉개면서 큰 물 지기를 바랬다
물 속의 아득함, 물 속의 막막함, 물 속의 … 눈물 흐르기 전에 먼저 출렁이는 一波萬波의 세간 속에서 출렁거림 없는 물 밖의 세상을 꿈꾸었을 때 나는 문득 울고 싶어졌는데
그러나 날 때부터 우는 방법을 잃어버린 나는 우우, 물 속의 울림보다 더 큰 울음이 나의 몸 안에 흐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지느러미에 水草가 닿을 때나 물 밖의 공기 포르르 물 속으로 밀려들어올 때
부드러운 물결 눈 어루만지며 대신 출렁이고 있을 때,
물길과 물길은 행간처럼 깊어지고
울음보를 움켜쥔 나는 쉼표처럼 더듬, 더듬,
물 속으로, 없는 길 내며 갔던 것이다
- 『시와 사람』 2002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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