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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잠 - 바다/남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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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태식
댓글 0건 조회 3,566회 작성일 02-05-0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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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잠 - 바다/남태식

 

 

본다 지나가는 차 안에서 그대 커튼을 살그머니 한 끝만을 열고 눈부신 햇살은 손으로 가리고 축축한 눈길은 햇빛으로 가리고

  본다 오늘은 그대 얼굴이 맑은지 밝은지 엊저녁 과음하여 속 쓰린지 속이 쓰려 쓰린 속 쉴 새없이 뒤트는지

  가끔은 그대 눈빛 마주치기도 한다 누구도 모르도록 한쪽 눈 연신 찡긋거리기도 한다 입술을 살짝 내밀며 혀를 감기도 한다 어느 때는 찰나처럼 속살을 꺼내놓기도 한다

  아침을 굶은 나는 찡긋거리는 그대 눈알을 판다 입술을 쥐어뜯는다 속살을 잘라낸다 물회 섞듯 한꺼번에 둘둘 섞어 훌훌 들이마신다 늦은 아침이다

  전화를 할까 번호를 눌러놓고 휴대폰을 손으로 감싸쥐면 신호가 울리기도 전에 손가락 없는 그대 물컹거리는 손을 내밀며 벌떡 고개를 세우고 발간 눈알을 빛내며 먼저 웃는다  

  먼저 웃는다 웃음소리에 다시 커튼을 열면 차 뒤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대 어쩌나 어쩌나 어쩌나 한없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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