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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아버지 2/김왕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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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왕노
댓글 0건 조회 7,065회 작성일 02-03-16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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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아버지 2/김왕노

 

 

 

전송해온 자료를 분석하니 화성에도 물이 있었다는 미국과학자의 보고서가 기사로 실렸다 과학자는 모른다 달 속의 토끼를 계수나무를 밤마다 계수나무 잎 파닥이는 소리 지구로 건너와 자장가도 되고 어둠을 갉아대어 새벽이 옮을 저무는 지구를 굽어보다 흥건히 흘린 아버지 눈물이 화성의 강물이 되고 화성의 바다가 되어 화성 바닷가에 무성히 핀 달맞이꽃을 그 바닷가에 홀로 나가 지구에 두고 온 자식 생각을 풀뿌리 같이 하얗게 헹구어 낸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

화성에는 아버지가 사신다 거친 잠자리에서 잠 못들 때 아버지 말씀이 파도로 화성에서 잔물결 쳐 오신다 내 잠의 빗장을 걸어주신다 아버지말씀의 출렁거림으로 내 꿈은 방풍림보다 어부림보다 더 무성해져 갔지만 화성의 그 바다에도 태풍이 부는지 모래 바람이 부는지 아버지 다급한 목소리가 잠을 두드려도 한번 깊어진 내 잠은 깰 줄 모른다 가위 눌림 한번 없다 아버지 찬 바다 바람에 몸이 편찮은지 잔기침소리 들려와도 거리를 건너온 나는 내 미열에만 놀라워 할 뿐 걱정 하나 없다

화성의 바닷가에서 아버지 그물 기우시는지 지구의 햇살도 따사롭다 낡은 트렌지스터의 주파수를 이리 저리 돌려보는 난청지역인 그곳에서 내 가슴속까지 적조가 번질 까 끝없이 뉴우스에 귀기울이신다 화성엔 만선을 기다리는 등 굽은 내 아버지가 사신다 지구에 생선 굽는 냄새의 저녁이 오고 가족들 빙 둘러앉아 가시 발라 서로의 숟가락에 올려주는 그런 날 오라고 한뜸 한뜸 그물을 기우시며 사신다 화성의 날치와 화성의 보리멸치 화성의 조기떼를 기다리며 사신다

나 이 어려운 고비 지나면 지구에 내린 닻 올리고 꿈의 선단을 만들어 화성 가득 그물 내리러 가고 싶다 세상의 파도가 높아도 뱃전을 깨뜨릴 듯 몰려와도 내 쓰러지면 수없이 파도로 몰려와 일어서는 법을 가르친 아버지의 파도가 있었으므로 나 화성에서 조업 끝내고 만선의 선단으로돌아와 간맞지 않는 곳마다 화성의 상표의 고기 상자를 내려놓고 싶다 내 거친 저 세월 속으로 출항하고 싶다 화성의 바다로 가고 싶다

화성에 아버지 사신다 순도 높은 아버지 눈물로 이루어진 바다도 있다그 바다 위로 새떼가 흘러가고 별똥별이 흘러가고 내 아버지 등에 천근 무게로 업혀 넘던 아리랑 고개 그립기도 한데 지푸라기 같이 가벼워진 아버지 업고 한번도 넘지 못한 아리랑 고개로 달빛 내리니 화성에도 달빛 내리는지 화성에서 달빛 출렁이는 소리 지구로 번져오는데 화성엔 내 아버지가 사신다 나 철없는 날 고려장한 아버지가사신다

2002년 문학세상 봄호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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