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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안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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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524회 작성일 12-01-0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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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아원 
시 당선작 안 미 옥




신발을 놓고 가는 곳. 맡겨진 날로부터 나는 계속 멀어진다. 

쭈뼛거리는 게 병이라는 걸 알았다. 해가 바뀌어도 겨울은 지나가지 않고.

집마다 형제가 늘어났다. 손잡이를 돌릴 때 창문은 무섭게도 밖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벽을 밀면 골목이 좁아진다. 그렇게 모든 집을 합쳐서 길을 막으면.

푹푹, 빠지는 도랑을 가지고 싶었다. 빠지지 않는 발이 되고 싶었다.

마른 나무로 동굴을 만들고 손뼉으로 만든 붉은 얼굴들 여러 개의 발을 가진 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이 이상했다. 집을 나간 개가 너무 많고

그 할머니 집 벽에서는 축축한 냄새가 나. 상자가 많아서 

상자 속에서 자고 있으면, 더 많은 상자를 쌓아 올렸다. 쏟아져 내릴 듯이 거울 앞에서 

새파란 싹이 나는 감자를 도려냈다. 어깨가 아팠다.

 

시 앞에서 용기 있는 사람 되리라

 

안미옥 씨

나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욱 완강하게 나를 붙잡고 있었다. 사실은 나와 멀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을, 도망치면서 알게 되었다. 그 힘으로 시를 쓰게 되었다.

내 언어의 시작이 되어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부모님의 사랑을 시를 쓰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나의 오해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내가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부모님을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싶다.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은, 남편 정현 덕분이다. 내가 의지하는 단 한 명의 사람. 말로 다 할 수 없게 고맙고 미안하다. 

힘껏 미워하고, 힘껏 사랑하고, 함께 울고, 웃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나의 벗, 사랑과 버들에게, 나를 믿어주는 은정에게, 항상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정숙 언니에게, 곁을 지켜주는 슬기에게, 나보다 나의 잘됨을 더욱 기뻐하는 진희 언니에게, 부케처럼, 바통을 넘긴다. 나은아. 내 옆에 있어 준 이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원 선생님. 선생님의 문학에 대한 마음이 나를 더욱 간절하게 했다. 깊고 단단하게, 오래도록 좋은 시를 쓰는 것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명지대 교수님들과 부족한 나에게 시인이라는 이름을 달아 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치지는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시 앞에서 좀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두려움을 뚫고 나가는, 무서운 손으로. 

△1984년 경기 안성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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