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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시/양수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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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
양수덕 
땡볕더위에 잎맥만 남은 이파리 하나 
지하도 계단 바닥에 누워 있던 청년은 
양말까지 신고 노르스름한 병색이었다 
젊음이 더 이상 수작 피우지 않아서 좋아? 싫어? 
스스로 묻다가 무거운 짐 원없이 내려놓았다 
맆 피쉬라는 물고기는 물 속 바위에 낙엽처럼 매달려 산다 
콘크리트 계단에 몸을 붙인 청년의 
물살을 떨다 만 지느러미 
뢴트겐에서 춤추던 가시, 가물가물 
동전 몇 개 등록상표처럼 찍혀 있는 손바닥과 
염주 감은 손목의 
그림자만이 화끈거린다 
채 풀지 못한 과제 놓아버린 손아귀 
청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세상의 푸른 이마였던 그의 
꿈이 요새에 갇혀서 
해저로 달리는 환상열차 
잎사귀인지 물고기인지를 한 땀 바느질한 
지하도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이들이 
다리 하나 하늘에 걸칠 때 
[출처] 2009년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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