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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서울신문 신문문예 당선작/동화/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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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964회 작성일 09-01-1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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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너머 세상
신지영


너,이게 뭐니?”
엄마가 승민이에게 공책을 내밀며 물었다.
“뭐긴 뭐야? 독후감 공책이지.”
“그걸 누가 몰라서 물어? 내용을 왜 이렇게 썼느냐는 말이야.”
엄마가 짜증스레 공책 한쪽을 펼쳐 보였다.
플란다스의 개를 읽고…….

되게 슬펐다.무지 슬프다.내가 읽은 책 중에 1등으로 슬프다.
“그렇게 독후감 쓰는 법을 알려 줬는데,다 귓등으로 들었니? 슬프다,슬프다 하면 읽는 사람 마음에 와 닿아? 뭐가 슬픈지 써야 할 것 아니야.”
“그걸 꼭 써야 돼?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다 느낄 텐데,그냥 마음속에 담아두면 안 되는 거냐구.”
“어디서 주워들은 말은 많아서,이제 겨우 사학년인 녀석이 요리조리 빠져나갈 궁리만 하니……,네 미래가 걱정이다,엄마는.”
“걱정 마,엄마.난 괜찮을 거야.”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얼른 다시 안 써? 다시 쓸 때까지 컴퓨터 금지야.”
승민이는 터덜터덜 책상 앞에 가 앉았다.
며칠 전,엄마는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책을 많이 읽으면 아는 게 많아져서 공부도 잘하게 되지.앞으로 엄마가 책 빌려다 놓을 테니까 일주일에 세 권씩 꼬박꼬박 읽어야 해.”
엄마는 승민이에게 독후감 공책을 사다 주었다.책을 읽을 때마다 독후감을 써서 검사 맡으라고 했다.엄마는 인터넷을 통해서 ‘독후감 쓰는 법’을 알아냈다.그걸 종이에 정성스레 적어서 승민이의 책상 앞에 떡하니 붙여 두었다.
“꼭 저대로 써야 한단 말이야? 수학 문제 푸는 것도 아니고,재미없잖아.”
승민이는 고개를 홰홰 저었다.그러곤 침대에 발랑 드러누워 버렸다.두그르르 앞구르기를 했다.물구나무도 서 봤다.그러는 동안,상상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갑자기 승민이는 발딱 일어났다.쇠가 자석에 이끌리듯 책상 앞으로 가 앉았다.
승민이는 신나게 글을 써 내려갔다.
네로랑 파트라슈는 날개를 달고 천국으로 날아간다.그곳은 개들이 주인인 세상이다.거기에서는 네로가 파트라슈의 애완동물이다.
지구에서 개들을 못살게 굴던 주인들은 자기들이 한 나쁜 짓을 그대로 당한다.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개한테 옆차기를 하던 아저씨는 개한테 옆차기를 당한다.개에게 상한 음식을 먹이고 재미있어하던 아이는 상한 음식을 먹고 웩웩 토한다.네 발로 기어 다니며 우유 수레를 끄는 사람도 있다.그건 바로 파트라슈를 채찍으로 때렸던 첫 주인이다.
“너 정말!”
엄마가 어느새 승민이의 곁에 와 있었다.엄마는 씨근거리며 공책을 집어 들더니 방바닥에 내팽개쳤다.
“천국이 왜 나오고,네로가 애완동물이라는 건 또 무슨 소리야!”
“뒷이야기를 상상해서 쓴 거야.플란다스의 개 제2탄.”
“파트라슈 옆차기 하는 소리 하고 있네.읽고 나서의 느낌이랑 생각을 쓰랬지,누가 2탄 쓰랬어?”
“이렇게 쓰니까 재미있어.”
“넌 그게 문제야.그렇게 재미만 찾으니까 공부를 못하지.”
엄마가 한심하다는 눈길로 승민이를 보았다.승민이는 아랫입술을 배쭉 내밀었다.

“안 되겠다.공책이랑 필통 들고 마루로 나와.”
엄마와 승민이는 밥상을 앞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엄마는 밥상 위에 독후감 공책을 척 올려놓았다.승민이는 쭈뼛쭈뼛 연필을 쥐었다.
“먼저 책을 읽게 된 동기를 쓰자.왜 이 책을 읽었지?”
“엄마가 읽으라고 시켜서.”
“좀 예쁘게 쓰자.‘엄마께서 권유하셔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하면 좋겠지?”
승민이는 엄마가 말한 대로 받아 적었다.
“자,이제 주인공과 너 자신을 비교해 보자.어떤 점을 비교해 쓸까?”
“음……네로는 유유 배달을 하지만,나는 우유를 배달시켜 먹는다.”
“말장난하니? 그건 중요하지가 않아.”
“음……네로한테는 여자친구가 있지만,나는 없다.네로처럼 여자한테 친절해야 누구를 사귈 수 있을 텐데…….나는 마음은 안 그런데 자꾸 쌀쌀맞게 굴고…….”
“누가 그딴 거 쓰래? 그게 대체 왜 중요한 거냐고!”
엄마는 벌떡 일어나 발을 쾅 굴렀다.
“내가 못 살아.대체 넌 누구를 닮아서 이러니?”
엄마가 털썩 주저앉았다.승민이는 고개를 숙인 채 숨을 죽였다.
얼마 동안,시계 초침 소리와 엄마의 가쁜 숨소리만 들렸다.
“다시 해 보자.또 이상한 대답하면 혼날 줄 알아.”
엄마가 승민이 옆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네로는 할아버지 말 잘 들어,안 들어?”
“잘 들을 걸.”
“넌 엄마 말 잘 들어?”
“그럴 때도 있고,아닐 때도 있지.”
“어이구,그럴 때도 있으셔? 엄마 말이라고는 징그럽게 안 들으면서,무슨.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쓰면 되겠네.‘네로는 할아버지 말을 잘 듣는다.하지만 나는 엄마 말씀을 잘 듣지 않아 혼나곤 한다.’라고.”
승민이는 그대로 받아 적었다.
“네로는 행복해,안 행복해?”
엄마가 물었다.승민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때도 있고,아닐 때도 있지.”
“행복할 리가 있니? 고아인 데다가 가난하지,집에서 쫓겨나 어린 나이에 죽기까지 했는데.”
엄마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너는 행복해,안 행복해?”
엄마가 물었다.승민이는 또 고개를 갸웃거렸다.
“때에 따라 달라.”
“너는 행복한 거야.네가 뭐가 아쉬워? 아빠가 돈 벌어다 주지,엄마가 보살펴 주지.자,적어 봐.‘네로에 비하면 나는 참 행복한 아이다.나는 네로처럼 가난하지도 않고 엄마 아빠도 있다.’이런 식으로.”
승민이는 엄마가 말한 대로 받아 적었다.글씨가 자꾸 비뚤어졌다.
“이제 너의 경험과 책의 내용을 비교해서 써 보자.”
승민이의 머릿속에 번뜩거리는 장면들.하얀 털이 몽실몽실한 강아지,똥 한 덩어리,악쓰며 강아지에게 다가가는 엄마,겁에 질려 뒷걸음질치는 강아지…….
“몽몽이는 잘 있을까?”
승민이가 혼잣말처럼 말했다.엄마는 흠칫하더니 곧 태연한 얼굴을 했다.
“그럼,잘 있지 않구.우리보다 훨씬 좋은 주인이 데려다가 키우고 있는 걸.좋은 사료 먹이고,좋은 옷 입히면서 말이야.”
엄마가 호들갑스레 말했다.승민이는 연필 끝을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었다.
“딴 말 하지 말고,쓰던 거나 계속 쓰자.책 내용 중에서 네 경험과 비교할 만한 걸 찾아보자는 말이야.아,그래.네로가 할아버지의 일을 도와 준 것처럼,너도 엄마 아빠를 도와 준 경험이 있지? 그것에 대해서 쓰면 되겠구나.”
“차에 치였으면 어떡하지? 몽몽이는 밖에 많이 안 나가 봐서 차 피할 줄도 모르는데…….”
“이상한 상상은 그만하고,여기 집중해.”
엄마의 말투에 짜증이 섞였다.
“몽몽이,울고 있을지도 몰라.”
“상식적으로 말이 되니? 개가 운다는 게…….”
“진짜야! 몽몽이는 나 없을 때 외로워서 눈물을 흘렸단 말이야!학원 갔다 와서 보면 눈에 눈물이 꽉 차 있었다구.”
승민이가 버럭버럭 소리 지르고는 연필을 책상에 팽개쳤다.
“얘가 왜 이래? 버릇없이.연필 똑바로 안 쥐어?”
엄마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날카롭게 말했다.
“엄마가 몽몽이를 갖다 버렸잖아.나한테 말도 안 하고…….”
“버리긴 뭘 버려? 키워 준다는 집 있어서 데려다 놓았다니까.”
“아빠가 그랬어.엄마랑 밤에 공원에 가서 놓고 왔다고.”
승민이가 엄마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엄마의 얼굴이 붉어졌다.
“밤이지만 바람 쐬러 온 가족들이 많았어.개 좋아할 만한 네 또래 애들이 많았단 말이야.우리가 키우기 힘드니까 다른 집에서 잘 키우면 되겠다 싶었던 거야.”
“처음에 몽몽이를 데려온 건 엄마잖아.버릴 거면 아예 데려오지를 말지.”
몽몽이는 승민이의 좋은 친구였다.성적이 좋지 않다고 엄마한테 혼났을 때,친구와 다투었을 때에도 몽몽이를 보면 마음이 풀렸다.몽몽이의 눈빛이 “힘내.”하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승민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렇게 성가실 줄 누가 알았니? 똥오줌도 못 가려,털 날려…….”
“강아지는 원래 그래.엄마가 모른 거지.내가 돌봐주면 되는데,꼭 그래야만 했어?”
“너 학교 가고 학원 가면 누가 돌보는데? 내가 다 뒤치다꺼리해야 하는 거 몰라서 그래? 엄마 힘든 건 생각 못하니?”
“엄마보다,그깟 개 한 마리가 더 중요해?”
엄마가 덧붙였다.엄마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승민이는 입을 꾹 다문 채 가만있었다.엄마는 승민이를 등지고 앉았다.그러곤 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승민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쓸 얘기 생각났어.”
엄마가 누그러진 얼굴로 돌아앉았다.
“몽몽이 얘기를 쓸 거야.”
승민이가 말했다.엄마는 펄쩍 뛰었다.
“아니,그걸 왜 써?”
“책 내용이랑 비교할 수 있잖아.네로가 파트라슈를 키웠던 것처럼 나는 몽몽이를 키웠고…….파트라슈는 버려진 개였고 몽몽이도 버려졌고…….”
“안 돼,다른 얘기를 써!”
“싫어.”
엄마가 눈을 부라렸다.승민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필을 쥐었다.
나는 몽몽이라는 강아지를 키웠다.
엄마가 연필을 홱 낚아챘다.
“너…….이런 식으로 해 봐.앞으로 영원히 컴퓨터 못 할 줄 알아.용돈도 없어!”
엄마가 윽박질렀다.
“지워!”
엄마가 승민이에게 지우개를 건넸다.
승민이는 망설였다.그러다가 마침내 방금 쓴 문장을 지웠다.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져 공책에 번졌다.
나도 네로처럼 어른을 도운 적 있다.엄마가 아플 때 청소를 해서 칭찬을 들었고,아빠의 어깨도 주물러 드렸다.앞으로 나는 네로를 본받아 더욱 착한 아이가 되겠다.어른들 말씀도 언제나 잘 듣겠다.네로같이 불쌍한 아이를 만나면 도와주겠다.
방에 들어온 승민이는 공책을 함부로 내팽개쳤다.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들썼다.훌쩍훌쩍 울다가 잠이 들었다.
승민이는 낯선 길에 서 있었다.주위가 안개로 둘러싸인 듯 아슴푸레했다.저만치 앞에 몽몽이가 나타났다.몽몽이는 따라오라는 듯 승민이를 히뜩 보고는 곧장 달려갔다.승민이는 몽몽이를 따라 뛰었다.
어느 순간,몽몽이가 멈춰 섰다.‘개들의 천국’이라고 씌어 있는 팻말이 보였다.
“와,내 상상이 진짜였구나!”
승민이가 감탄했다.
“그렇지,여기에서는 너희가 우리의 애완동물이라구.”
몽몽이가 말했다.그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몽몽이가 팻말이 가리키는 길로 접어들었다.승민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따라갔다.조금씩 안개가 걷혔다.주위의 풍경이 똑바로 보였다.승민이가 서 있는 길에서,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각각 다른 풍경이 보였다.
동쪽은 봄이었다.연둣빛 들판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었다.색색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개고 사람이고 할 것 없이 마음껏 들판을 뛰고 뒹굴었다.서쪽은 여름이었다.초록빛 풀들이 다보록한 가운데,맑은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개헤엄을 치는 사람도 있었고,사람 헤엄을 치는 개도 있었다.남쪽은 가을이었다.사과,밤,홍시…….탐스러운 과일을 매단 나무들이 곳곳에 우부룩했다.바닥에도 과일이 수북했다.어떤 개들과 사람들은 사과 바다에서 허우적허우적 헤엄을 쳤다.또 어떤 개들과 사람들은 홍시를 공처럼 주고받으며 옷에 주황 물이 들도록 놀았다.
“난 어디로 가야 돼?”
승민이가 몽몽이를 내려다보고 물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가 내 주인이니까.”
“네 마음대로 해.여기서는 주인이 애완동물을 돌봐 주지 않아.뭘 시키는 법도 없어.자유롭게 놔 둘 뿐이지.”
어디로 갈까? 승민이는 즐거운 고민에 잠긴 채 북쪽을 보았다.
눈부시게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아이스크림 같은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폴짝폴짝 눈 속을 누비고 다니는 개들과 사람들…….언덕 위에는 승민이 엄마도 있었다.엄마는 배를 깔고 엎드리더니 미끄럼을 타고 내려왔다.엄마의 웃옷이며 바지에 눈이 닥지닥지 묻었다.엄마를 지켜보던 몽몽이가 멍멍 웃었다.엄마는 대답하듯 하하 웃었다.눈투성이 엄마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신지영



■ 심사평 - 아이들에게 후련한 카타르시스 주는 작품

동화는,아이들의 삶을 다루는 문학이다.지금 이곳에 사는 아이,작가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아이,상상의 산물이거나 의인화된 동물 혹은 사물이더라도 아이로서의 특성과 보편성을 획득한 캐릭터가 주인공인 문학이다.판타지라 할지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올해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이 불러일으킨 생각이다.계몽적인 주제,시의적절한 소재,좋은 문장과 안정된 플롯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그 안에 아이의 삶이 들어 있지 않다면 그 작가의 동화관을 다시 가늠하게 된다.단 한 편으로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하는 신춘문예 응모작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빵집 앞’이 그런 경우다.능숙한 문장에,복선을 깔고 독자를 살짝 긴장시키면서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끌고 가다 환하고 따뜻한 결말을 보여주는 솜씨는 놀랍다.빵집 할아버지와 그 앞의 트럭 통닭 장사라는 캐릭터도 생생하고,주제는 감동적이다. 마치 오 헨리의 단편을 읽는 듯한데,바로 그 점이 아쉽다.동화답기보다는 소설 같은 것이다.

‘할머니의 선택’은 집안일에 매여 있다 독립을 선언하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할머니를 보는 아이의 관찰기이다.급속도로 진행되는 노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들의 삶에 대한 인식과 대우도 달라질 필요가 있으니 동화가 충분히 다룰 만한 소재이기는 하지만,단순한 관찰 보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삶과 어떻게 긴밀히 엮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모색도 따라야 할 것이다.

‘책 너머 세상’은 현재 우리 아이들의 삶이 첨예하게 그려진 작품이다.은밀하고 자유로워야 할 독서의 장이 컨베이어 벨트가 굉음을 쏟아내며 돌아가는 공장처럼 변하고 아이들은 마치 직공처럼 기계적으로 손을 놀려 독후감을 생산해내야 하는 독서지도 풍토에 대한 비판 정신과 풍자적 글쓰기가 반가웠다.독후감 쓰기에 괴로워해본 적 있는 아이들에게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을 듯하다.

아이들 현실에 대한 뼈아픈 인식과 도전정신이,약간 거친 문장과 어색한 결말이라는 아쉬움을 덮고 당선작으로 정하게 했다.문장을 정교하게 갈고 다듬는 연단의 기간을 갖기 권하며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조대현 김서정

■당선 소감 - 활짝웃을 부모님 생각에 가슴 벅차

당선 소식을 듣고 나서,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처음 실감했습니다.누가 툭 건드리면 깜짝 깨어나 ‘아,꿈이었구나.’하고 아쉬운 입맛을 다시게 될 것 같았습니다.다시 일을 하려고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 키보드에 손을 얹었는데,손은 바들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시 숨을 골라야 했습니다.어린 시절에 상을 타 가면,고된 농사일로 굳어 있던 엄마 아빠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지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부모님께 당선 소식을 전하기 전,‘아,오늘 다시 그 웃음을 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열두 살 때까지,충청북도 작은 마을 방죽가래실에서 자랐습니다.큰집,우리 집,작은집이 나란히 자리 잡아 사이좋게 살았습니다.그때에는 일상 속에 판타지가 배어 있었고,저는 짜릿한 행복을 자주 느꼈습니다.사촌들 모여 고추 심은 어린이날에 큰아버지가 모는 경운기 타고 자장면 먹으러 가던 길,머리맡에 손을 짚어 보았다가 부스럭거리는 감촉에 환호하던 크리스마스이브,일곱 살 적 다락에 올라가 스케치북에 꾸며 낸 동화,스케치북 접은 데를 실로 꿰매어 엄마가 만들어 주신 동화책…….그 시절이 없었다면 저는 동화를 꿈꾸지 못했을 것입니다.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지켜 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그리고 사랑합니다!든든한 두 오빠와 올케 언니,후원자 남자친구,많은 추억을 공유한 친척들,응원해 준 친구들!모두 고맙습니다.동화의 참맛을 일깨워 주신 최옥미님,습작을 읽어 준 특별 독자 여러분,열혈 어린이 독자 유경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제 글을 뽑아 주신 조대현 선생님, 김서정 선생님!앞으로 좋은 동화를 쓰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으로,감사함에 보답하겠습니다.


■약력- 1981년 충북 음성군 삼성면 출생
-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현재 시사외국어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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