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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시/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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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609회 작성일 09-01-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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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한라일보 신춘문예]
 오래된 잠 / 이민화


   다섯 송이의 메꽃이 피었다.
   아버지의 부재를 알리는 검은 적막을 깨고,
   돌담을 딛고 야금야금 기어올라
   초가지붕 위에 흘림체로 풀어놓는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바람벽이 
   움찔 다리를 절면,
   마당가에 선 감나무도 키를 낮춘다.

   아버지의 귀가에서 나던 솔가지 타는 냄새
   너덜너덜해진 문틈으로 새어나오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수도꼭지
   끄윽끄윽 울음을 뱉어낸다.
   산 그림자 마당으로 내려서면,
   거미줄에 걸린 붉은 노을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먼지 쌓인 잠을 쓱쓱 문질러 닦아내면
   아버지의 오래된 시간이 푸석한 얼굴로 깨어난다.
   늙은 집이 메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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