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이정모/파도1/경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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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1
철썩거리지 않아도 안다
철들 때 알아차린 비릿한 몸짓
끊임없이 밀어내지만
우우우
우려하지 말라는 소리 대신
자지러지는 하얀 웃음 지천에 깔아놓고
대놓고 하는 바다와 육지의 교합
언제나 성공이다
망가질수록 황홀한 소리를 낸다
바람이 중얼거리며 지나간다
-이정모 시집 <기억의 귀>에서
이정모
2007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제 몸이 통로다>, <기억의 귀>. 웹진 ≪젊은 시인들≫ 동인.
감상
음양의 아름다운 교합도 소통이 있은 후에야 가능하다. 생명체는 홀로 존재하지 못하고 반드시 음양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있어야만 비로소 생명체이다. 그러니까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해진다. 이때의 소통에는 억지가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통하면 된다. 파도는 항상 해변과 소통한다. 영원히 교합한다. 육지는 철없는 파도라 탓하지 않는다. 대신 하얀 웃음을 마음껏 보내준다. 그래서 그들의 교합은 언제나 성공적이다. 망가질수록 황홀하다. 사실은 망가지는 것이야말로 때 묻지 않은 본능이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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