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강상기/우리/경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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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리는 나를 가두는 우리다
나는 우리 밖이 그립다
우리에 갇히겠느냐
우리에서 벗어나겠느냐
내가 그리는 무늬가 세상을 바꾼다
-강상기 시집 <콩의 변증법>에서
강상기
1966년 월간 ≪세대≫로 등단.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철새들도 집을 짓는다>, <민박촌>, <와와 쏴쏴> 등.
감상
인간은 본래 당연히 약한 존재다. 특히 강자 앞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약하다. 그래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연대를 택할 수밖에 없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토끼 만 마리가 모인다고 해서 호랑이 한 마리를 제압할 수 있을까.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겠으나 이런 경우에는 역시 여럿보다는 한 사람의 탁월한 능력이 더 나을 성도 싶다. 우리는 자칫하면 하향적 평준화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 외로울 때나 다급한 환경에 처하면 여지없이 우리라는 이름의 거대한 힘을 찾고 싶어진다. 그러나 사실 깊숙이 파고들어가다 보면 이 우리도 껍데기일 경우가 많다. 더 다급해지면 결국 개인으로 달아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리에서 나오는 힘도 힘이겠으나 나에게서 나오는 힘이 결국은 세상을 끌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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