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사월/박완호 시(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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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박완호/199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내 안의 흔들림,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아내의 문신.
햇살이 입김으로 부풀린
목련찐빵 잔뜩 펼쳐놓은
구멍가게 옆 나무그늘 속
팔락팔락 흔들리는 연둣빛 손들
이런 날엔 금방 들통 날 거짓말 같은
헛배 부른 사랑 하나 갖고 싶다
보고 싶다고,
보고 싶다고,
꽃잎 울음 주저앉는
사월 초저녁
―박완호 시집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에서
감상/항상 4월이 문제다. 3월에 봄바람이 들면 4월에는 그 바람을 어찌할 수 없어 곤욕을 치러야 한다. 5월이 되면 좀 수그러든다. 4월은 계절의 思春期이다. 春을 생각하는 시기, 오직 春만이 몸과 마음의 전부인 시기, 이것이 思春期이다. 자연이나 사람이나 사춘기가 있어 감동이 있고 추억과 낭만이 있다. 春은 소생하는 생명의 의미이므로 性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했다. 그러니 性이 가장 강력한 계절이 봄이라면 그 중에서도 4월이 으뜸이다. 엘리엇은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 했다. 상실과 소멸로 치달리는 인류 앞에서 소생하는 자연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바라보기 고통스러운 존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춘기인 존재가 사춘기를 바라볼 때에는 달라진다. 그 감동은 극대화되기 마련이다. 시인들은 일생을 사춘기에 머물러 사는 사람들이다. 사춘기가 아니면 시를 쓰기도 힘들어진다. 그래서 그들로부터 가장 강력한 감동이 만들어진다. 그들이 가장 왕성한 꿈과 희망을 만들어낸다. 세상이 시인을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시인이야말로 세상이 꿈과 희망을 잃어갈 때, 좌절과 절망 속에서 허덕일 때, 세상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 소중한 존재이다. 따사로운 햇볕 아래 찐빵처럼 피어있는 하얀 목련과 팔락팔락 물이 오르는 연둣빛 잎새들, 그것만 바라보아도 누군가가 미치게 그리워진다. 사랑하면서도 더 사랑하고 싶은, 만나면서도 또 만나고 싶은, 우리를 생명의 본질로 무조건 귀환시켜버리는 계절, 4월이 다시 왔다./장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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