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그리움/강우식 시(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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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강우식/주문진 출생. 196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행시초, 고려의 눈보라, 종이학 외. 현대문학상, 펜문학상 수상. 전 성균관대 교수.
몇 천 마디 말을 하고 싶어도
돌 같은 입이 되렵니다.
캄캄 먹중 말 벙어리 되면
살며시 그리움 하나 자라겠지요.
텅 빈 하늘 끝에 걸린 그리움이
물처럼 소리 죽여 흐르고 싶어 하면
발길 잇는 대로 보내렵니다.
그 강물 언젠가는 기진맥진해서라도
이 세상 어딘가에 사는 그대의
발 아래 닿아 그리웠노라 하겠지요.
예까지 오는 길이 오직 그대 있어
와야만 했던 길이라고 속삭이겠지요.
감상/그립다 말을 하면 그리움이 사라질까 두렵다. 내 안의 모든 것을 다하여 그리워하다보면 그리움 자체도 그리운 사람이 된다. 그리운 사람처럼 그리움도 너무도 소중하여서 그리움이 드러날까, 드러나서 흠집이라도 생길까, 그래서 혹여 그리운 사람 마음이라도 다치게 될까 저으기 두렵게 된다. 그리자 해서 생기는 그리움도 아니다. 오로지 하고 싶은 말 가슴으로 참고 참다보면 그것이 자연스레 천 년 만 년의 독한 그리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립다 아무리 말을 해도 들어줄 사람은 너무나 먼 곳에 있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 도 없다. 그래도 그리운 마음 하나 독하게 들고 마음 따라 끝없이 흐르다보면 언젠가는 그리운 사람 만나게 되리라. 만나서 그리웠다 말할 수 있으리라. 그대 있어 오늘까지 살 수 있었노라고, 그 대 있어 한 세상 아름다웠노라고, 뜨거운 가슴 열어놓으면 그리운 그대는 따뜻한 손 꼭 잡아주리라. 무던히도 기다렸노라고 가슴에 꼭 안아주리라. 가슴 찐하게 파고들며 아프게하는 시이다. 그리움이 사무치면 병이 되는 수도 있겠으나 그리워하는 마음이야말로 가장 값진 생명의 수호자이다. 그리워할 수 있으므로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이다./장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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