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밤꽃 아리아/김동호 시(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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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꽃 아리아
김동호/197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시산일기, 노자의 산, 나의 뮤즈에게 외. 성균문학상, 군포문학상 수상. 전 성균관대 교수.
춘향이 그네
높이 솟게 하는 것
불 아니다
바람 아니다
오월 단오
그녀의 이슬
하늘까지 밀어올리는
밤꽃 향이다
―김동호 시집 낙엽은 썩어 암실은 총천연색에서
감상/봄이 오고 있다. 겨울이 가면 봄은 오는 것이지만 봄이 온다는 말은 또다른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소생이다. 생명의 부활이다. 생명의 부활에는 성(性)이 필수적으로 존재한다. 양성(兩性)의 합일이 있어야 비로소 새로운 생명이 창조되는 것이다. 그래서 봄은 생명이고 성(性)과 동질이다. 춘향의 이름을 한자식으로 풀면 당연히 봄 향기가 된다. 그러니까 춘향이라는 이름은 애당초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건강한 사춘기 여성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건강한 사춘기 소녀 춘향이가 그네를 탄다. 그네를 탄다는 것 역시 건강한 사랑행위이다. 춘향이 신명나게 그네를 타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밤꽃 향 때문이다. 밤꽃은 유월경에 피며 밤느정이라고 한다. 마치 줄기처럼 보이며 전혀 꽃 같지 않은 하얀 밤꽃이 피어있는 길을 걸으면 묘한 내음이 진동한다. 대부분의 꽃이 여성을 상징하지만 유독 밤꽃은 남성의 냄새를 풍겨 남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여 이런 날 여자들은 외출을 자제했다. 밤꽃은 여성들의 가슴을 후벼 파 소용돌이치게 하는 사랑의 전령사인 셈이다. 춘향이 그네가 하늘을 훨훨 나는 이유 있다. 춘향이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이유 있다. 사춘기 춘향이의 가슴을 마냥 설레게 만드는 것은 천지에 왕성하게 흐드러지는 밤꽃의 남성적 에너지이다. 매서웠던 겨울을 견뎠으니 새 봄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가슴 속 가득 사랑으로 채워보자. 소중한 사람 손 내밀어 사랑의 밀어를 속삭여보자./장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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