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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고우란 시/어떤 기다림/경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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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641회 작성일 14-03-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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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란 시/어떤 기다림

 

 

팔순 난 할머니는 콩새의 눈알 같이 작은 콩꽃씨를 텃밭에다 심으시고 헤살헤살 웃으셨다 선한 바람 잘 들라고 잡초를 뽑아 놓고 헤살헤살 웃으셨다 이빨 빠진 구멍으로 헤살헤살 웃으셨다

 

텃밭에 처박혀 있던 땅꼬마 콩꽃씨께서 실눈 뜨고 일어나 두리번거리다 세 달 박이 어린 젖니를 내밀어 연두 꽃대를 세워 놓고 신비한 주문을 외워 콩새 한 마리 카수 시켰다 가는 귀 먹은 할머니 귀에

 

-계간 리토피아 2013년 겨울호에서

 

고우란

2007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호랑이 발톱에 관한 제언.

 

감상

시인의 상상력이란 게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하면 조금은 우스울지도 모르겠다. 시적 상상력이란 것이 얼마나 기가 막힌 것인지 시를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인생을 다 살아버린 팔순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 꼭 콩꽃씨 하나 텃밭에 심는 일은 아닐 것이다. 자연에 대한 친화가 왜 노년기에 와서 더 심각해지는 지도 우리는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생명에 대한 경이로운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콩꽃씨 싹이 터 꽃대를 세우더니 가는 귀 먹은 할머니를 위해 콩새 한 마리 불러서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콩꽃과 콩새와 할머니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오면서 슬그머니 웃게 한다. 이렇게 해서 생명은 생명끼리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더불어 탄생과 소멸을 되풀이하는 것이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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