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오석균 시인의 섬 일기/인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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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균 시인의 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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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적고등학교 3학년은
학생이 한 명이다
교실은 반 칸짜리
책상 하나 마땅히 둘 곳 없어
창가에 붙여 놓고서 일어서 인사를 한다
김정아!
네!
갑자기 할 말이 없어 얼굴을 마주 보고 말뚱거린다
돌아서면 넓은 칠판
숫제 창밖을 보면
솔밭에 모여 있는 소나무 몇 그루와
부드러운 양팔 아래 흐르는 안개
우리는 매일
곁눈질로 사랑을 한다
-오석균 시집 <기억하는 손금> 중에서
오석균
1996년 <문학21>로 등단. 시집 <기억하는 손금>
좁은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단둘이 수업을 하다보면 지루하고 심심하기도 할 것이다. 돌아서면 넓은 칠판이다. 가르칠 것은 많고 교과서는 재미가 없다. 다시 돌아서면 소나무숲과 드넓은 바다, 그리고 안개가 부드럽게 다가온다. 시를 쓰는 선생님의 감성이 교과서보다는 자연과의 교감 쪽으로 더 다가섰을 법도 하다. 바다를 사랑하자. 소나무숲을 사랑하자. 온 섬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안개를 사랑하자. 곁눈질로 가르친 교육이지만 그 학생 아마도 지금쯤 더 큰 세상에서 더 큰 감동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성장하여 공주사범대를 졸업하고 인천으로 이주한 시인이 덕적도의 덕적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쓴 시이다. 도서지역이라 학생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 게다가 시집은 최근에 발간했으나 작품은 오래 전의 것으로 보인다. 그 해에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단 한 명이었나보다. 이 시인은 지금 인천을 떠나 강원도에서 교편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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