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유혹이면 어떠랴, 아름다운 사랑의 황옥경 시인 /인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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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이면 어떠랴, 아름다운 사랑의 황옥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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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랑
가까이에서 본 산딸나무 흰 꽃은 꽃이 아니었다
백자호리병의 허리께를 떼어붙인 듯
날렵한 S라인의 흰색 포苞
향기도 꿀도 없이 백옥 같은 살빛으로
벌 나비를 유혹하는
미끼였다
초록 좁쌀알 같은 진짜 꽃의 수정을 위해
꽃인 듯
꽃잎인 듯
살랑살랑 몸을 흔드는
가짜 꽃
진짜일 거야
그 거짓 사랑에 눈멀어
나는 또 달려갔다
-황옥경 시집 <탄자나이트, 푸른 멍> 중에서
황옥경
2012년년 <문학과창작>으로 등단. 시집 <탄자나이트, 푸른 멍>
사랑에 빠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우선은 상대방의 마음은 아니다. 상대의 마음이야 어떻든 내가 그를 향해 보내는 죽음 같은 강렬한 메시지다. 한 번 사랑에 빠지게 되면 이후로는 어떤 말도 어떤 사람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은 상대방의 감정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으로 보아야 한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과 똑같기는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상대를 유혹할 수는 있다. 그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처럼 꾸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명체의 본질적인 욕망은 자손의 번식과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므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이해하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도 있겠다.
시인의 말에 의하면 산딸나무는 향기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벌나비가 모여들기 쉽지가 않다. 그래서 꽃을 둘러싼 네 개의 잎을 마치 꽃처럼 보이도록 하여 벌나비를 유혹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산딸나무가 멸종되지 않고 산야에 살아남는 것을 보면 꽃 모양인 잎에 벌나비도 속기는 속는 모양이다. 꿀이 가득한 것처럼 바람에 흩날리며 벌나비를 유혹하는 산딸나무 잎은 사실 미끼이며 가짜사랑이라는 것이다.
사랑에도 가짜가 있다는 것이다. 미끼에 걸려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이 유혹이 존재하지 않으면 누구도 사랑에 빠지기는 힘들다. 유혹이 있으므로 해서 사랑은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뒤집으면 생명체는 끊임없이 유혹과 미끼를 찾아다닌다고 해야 옳다. 나의 사랑을 원하는 자 나를 유혹하라. 그것이 설령 가짜라 하더라도 나는 나를 위해 그대를 사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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