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노동의 아름다움으로 생을 채우는 최영준 시인/인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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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아름다움으로 생을 채우는 최영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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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스의 후예
새벽이면 매일 바윗덩이가 되어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일어나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의 호령소리,
이윽고 내 안의 어둠을 달궈
뜨거워진 피가 솟구치고
간밤에 굽이친 꿈결이 나를 밀어낸다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몸뚱이가
생의 돌부리에 부딪히고 넘어져
천길 나락으로 빠져들어도
끊임없이 일어서야 하는 노동의 형벌,
이 형벌이 내가 살아가는 근거다
멈출 수 없는 자유에 대한 몸부림이고,
생명이다
이 생명줄에 매달린 시지푸스의 후예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늘어서 있다
-최영준 시집 <프로이트의 방>에서
최영준
전남 목포 출생. 2009년 <문학과 창작>으로 등단. 시집 <새우등꽃 꽃잔치>, <프로이트의 방>. 성균문학상 수상.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내 마음대로가 아니다. 세상을 떠나는 것도 내 마음대로가 아니다. 모두가 天命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하늘이 점지하고, 하늘이 거두어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여 세상에 태어난 것이 행인지 불행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이는 평생 돈방석에 앉아 온갖 호사를 누린다. 그는 행복할까. 어떤 이는 평생 고통과 고난 속에서 산다. 그는 불행할까.
죽고 사는 것은 그렇다 치자. 사는 일은 왜 이다지 문제도 많고, 아픔도 많은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을 인생이라고 한다면, 인생은 정말 누구도 원한 바가 아닐 수 있다.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하고, 먹기 위해서는 벌어야 하고, 벌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살기 위해서는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인데, 이것이 젊어서나 늙어서나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다보니 별 재미롭지가 못하고 무의미해지는 것도 문제다.
어차피 굴러 떨어질 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정상을 향해 땀을 흘리며 돌멩이를 밀어 올리는 일은 모든 생명체의 비극적 본질이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의미가 그 속에 있을 수도 있겠으나 우선은 각 개체가 안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숙명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무덤으로 가는 길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 바로 우리들의 삶일 수도 있다. 정말 그것이 우리의 삶이라면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 하고, 열심히 땀을 흘려야 한다. 그래서 땀 흘리는 노동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장종권(시인, 문화예술소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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