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장이지 시/무지개의 발/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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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지
전남 고흥 출생. 200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안국동울음상점>, <연곷의 입술>, <라플란드 우체국>. 평론집 <환대의 공간>.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장이지 시/무지개의 발
화곡동 언저리에 묻어둔
두 단지쯤의 내 울음에선
오늘도 발 없는 무지개가
피었다 스러졌다
그것을 나는
아무 연고도 없는
동네에서 외면한 채
지친 외판원 같은 얼굴을 하고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며 떠돌다가
겨우 집에 돌아와서는,
한쪽이 약간 더 축간 낡은 구두를
우두커니 내려다 보았다.
-장이지 시집 <라플란드 우체국>에서
감상
누구에게나 꿈은 있다. 그 꿈은 대개 유년이나 사춘기 시절의 꿈이기 마련이다. 미래는 한없이 밝게 출렁거리기도 하고, 당연히 이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재가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다 해도 그것은 그 꿈에 비해 별 것이 아니기 마련이다. 우리는 평생 아름다운 꿈속에서 산다. 그 꿈이 사라지지 않고 살아있어 그나마 지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꿈의 색깔은 여간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인생을 열심히 살다보면 문득 자신이 왜 여기에서 해매고 있는지 의아스러울 때도 있다. 아직 접근조차 안 된 꿈은 어딘가에 종교처럼 살아 있는데, 삶은 나를 아름다운 꿈의 밭으로 이끌어 주지를 않는다. 사람의 일이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쪽이 더 축간 구두코에서 어느날, 두고 온 꿈의 무지개 아름답게 피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 날을 기다리며 우리는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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