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박철웅 시/어쩐다/경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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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웅 시/어쩐다
어쩐다, 내일은 당신에게 맡기라는데, 그래도 내일이 걱정되는 걸, 어쩐다, 오늘도 나의 하루는 비둘기 식탁처럼 풍성하고, 깨알 같은 내일은 먹물처럼 덮쳐오는데, 밤이 되면 은밀하게 후려치는 데, 어쩐다, 내일은 비, 내일은 먹구름, 아아 당신은 무슨 요일일까, 잃어버린 날들이 일요일처럼 몰려오고, 교회 첨탑에서는 종만 저 홀로 흔들리고 있는데, 어서어서 오라고 울고 있는데, 어쩐다, 허수아비처럼 바람에 나부끼는데, 당신은 희미하고, 어디선가 폭주족의 팡파레 소리 들리는 데, 그냥 눈 감을까 생각도 해보는데, 어쩐다, 오늘도 날은 저물고 터벅터벅 돌아오던 아버지 생각 빗물 같은데, 어쩐다, 바라보는 저 마알간 눈, 비둘기처럼 오목한 등이 저무는데, 어쩐다, 어쩐다,
-리토피아 2013년 여름호에서
박철웅
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감상
인간이 비극적인 존재라면 그 이유는 아마도 언젠가는 자신에게 반드시 내일이 사라진다는 것이고, 불행하게도 그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자신의 내일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마다 다르겠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은 대부분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이다. 그것은 현재를 읽는 시각의 차이에서 생기는 결과일 것이다. 현재를 읽다보면 다가올 미래의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하게 되고, 그래서 현재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미래의 예측이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역시 비극적인 존재라서 미래가 비관적인 경우가 더 많게 되어 있다. 내일이 마냥 불안한 것이다. 사랑이 많을수록 그렇다. 시인들은 특히 더 그렇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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