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서정시 읽기
조용환 시/回文/경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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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환 시/回文
맴돌고…… 맴돌고…… 한참을 다녀와서
풀잎에 내려앉은 잠자리 한 마리
사르르르…… 日月보다 빠른데
물뱀 한 마리 밑줄 그으며 강을 건너온다
단 한 줄이다
강물과 햇살과 초록이 잠시 놀다 간 길,
그새 그걸 다 읽고 자취조차 없는 걸 보면
감쪽같다
-조용환 시집 <숲으로 돌아가는 마네킹>에서
조용환
전남 나주 출생. 1998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뿌리 깊은 몸, 숲으로 돌아가는 마네킹.
감상
回文이란 바로 읽으나 거꾸로 읽으나 뜻이 같은 문장을 말한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문장 전체를 휘어서 머리와 끝을 이어버리면 곧장 원의 세계가 될 법도 하다. 있다가, 없다가, 없다가, 있다가,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사라졌다가, 보였다가, 삼라만상의 원리도 혹시 이와 같지는 않을까. 시인의 생각이 대단히 재미있어진다. 윤회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늘상 이런 사실을 목도한다. 앞과 뒤는 붙어 있어 하나로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이 없고 뒤가 따로 없게 된다. 앞뒤를 구별하는 것은 논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시 한 편을 거꾸로 읽는다고 해서 시의 뜻이 달라지진 않으리라. 소설 한 권을 거꾸로 읽는다고 해서 줄거리가 달라질까. 시작도 끝도 끝이고 시작이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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